마크롱, 연금개혁 강행 관련법 하원 표결 생략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3. 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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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긴급사태' 조항 적용
예상못한 정치적 승부수 던져
정부 "재정파탄 막기위해 필수"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연금개혁안을 강하게 밀어붙인 프랑스 정부가 하원 표결을 생략하고 강행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하원 표결을 앞두고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등을 소집한 자리에서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정부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됐을 때 각료 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으며, 과반수 찬성을 얻는다면 법안은 취소되고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현재 하원에서는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앞서 프랑스 상원은 이날 오전 노동자들의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프랑스 연금 개혁 최종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전날 양원 동수 위원회가 마련한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93표, 반대 114표, 기권 38표로 가결했다고 BFM 방송이 전했다.

당초 상원에서는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앞서 지난 9일 정부가 제출한 연금 개혁 법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표결의 관건은 하원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해 있는 범여권 정당 '르네상스'가 하원 다수당이기는 하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안 정족수인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르네상스 정당 입장에 하원 내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했었지만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프랑스 공산당의 파비앙 루셀 대표는 "이 정부는 프랑스 제5공화국 민주주의에 합당하지 않다"며 "의회는 끝까지 조롱과 굴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가 발의한 연금개혁안은 연금 수급연령인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금 100% 수령을 위한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프랑스인은 근속 연수 42년을 충족시켜야 연금 완전수령이 가능한데, 이번 법안은 이 연수를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년인 64세를 넘어서도 100% 연금 수령을 위해서 추가 근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면 조기 퇴직이 가능하고,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이 잦은 '워킹맘'에게 최대 5% 연금 보너스를 지급하자는 공화당의 제안도 들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다만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고 근속 연수도 길어지는 만큼 국민들의 반발은 당분간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권한울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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