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에도 … ECB, 3연속 빅스텝 강행
결국 '인플레이션 잡기' 택해
◆ 위기의 크레디트스위스 ◆
유럽중앙은행(ECB)이 크레디트스위스(CS) 부실 충격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도 16일(현지시간) 3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시스템 안정' 중 인플레이션 잡기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너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기준금리를 3.5%로 결정했다.
당초 ECB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회의에서 2연속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3%까지 끌어올린 ECB가 3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는 계획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CS 위기설이 제기되며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ECB는 이날 "인플레이션 잡기가 금융시장의 극적인 움직임보다 중대하다"며 결국 '물가 잡기'를 선택했다.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5% 올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ECB가 예상대로 빅스텝을 밟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온 연준이 이제는 지역 은행 파산과 CS발(發) 금융 시스템 위기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정책을 고집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더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50%로 봤지만, ECB 금리 결정 이후 72%(오전 9시 35분 기준)로 높아졌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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