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비노동자 강등 조치는 '관리소장 특별 지시'

이준엽 2023. 3. 1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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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며칠 전 서울 대치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이 반장에서 강제로 강등시켰다며 경비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관리소장은 본인은 인사권도 없고, 오히려 숨진 경비원이 스스로 원해 역할을 바꾼 것이라 해명해 왔는데, YTN 취재진은 소장이 직접 특별지시를 내린 내역을 확인했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YTN 취재진이 확보한 서울 대치동 A 아파트의 지난 1월 1일 자 반장용 경비일지입니다.

관리소장이 직접 경비반장 교체를 '특별 지시사항'으로 남겼습니다.

이후 실제로 반장 자리에서 강등돼 초소에서 근무하게 된 경비원 박 모 씨는 지난 1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숨지면서 "관리소장이 강제로 반장을 해제시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는 호소문을 남겼는데, 동료 경비원 대다수는 관리소장이 박 씨뿐만 아니라 다른 경비원들에게도 갑질을 했다고 증언합니다.

특히, 박 씨가 반장으로 일했던 A 조 경비원 30여 명은 소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A 아파트 경비원 : 소장 아니면 누가 (강등)할 사람이 없지. 박 반장 이야기 들어보면은 회의 갔다 오면 아주 죽상이야 그냥. 갖은 굴욕적인 얘기 들어가면서 한 시간 회의하면 경비원들한테 몰아치는 게 40분.]

관리소장이 숨진 박 씨 말고 다른 반장도 교체하라고 업무 지시를 내린 문서 역시 확인된 가운데, 이 아파트에선 앞서 지난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미화원이 심장마비로 숨지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고인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800만 원 넘게 성금을 모았습니다.

[A 아파트 주민 : 좀 부끄럽습니다, 솔직히 주민으로서. 그것도 주민의 갑질이 아니고 관리소 갑질로 어떻게 경비원이… 온 주민들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다들 막 성금 내고.]

갑질을 했다고 지목된 관리소장은 자신은 인사권이 없는 데다, 숨진 박 씨가 반장을 그만두길 원했다고 해명해 왔습니다.

[A 아파트 관리소장 / 경비원 사망 당일 : 그 사람이 원했어요. 그 사람이 1월 말까지만 하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내가 인사 권한이 있는 게 아니고, 나한테 왔더라고요.]

그러나 직접 인사를 지시한 경비일지를 제시하자, 자신이 박 씨가 초소 근무를 원했다고 전했던 건 1월 말까지만 더 일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뜻이었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또, 경비대장이 경비원들의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아파트 관리소장 : 교체해달라고 내가 요구했죠. 경비대장을 통해 했고 했어요. 했는데 (박 씨) 본인이 1월 말까지만 봐달라고 했어요.]

경찰은 사건 관계인들을 전수조사하면서 관리소장을 형사입건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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