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가장 끔찍한 일”…선수들, 골프공 성능 제한 ‘분통’
“이기적이다.” “어리석다.” “끔찍하다.”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제안에 선수들이 분노했다. 골프공 성능을 조절해 비거리를 줄이겠다는 계획에 대한 비판은 라이벌 관계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LIV 골프를 가리지 않았다.
남자골프 세계 10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리는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810만달러) 개막 하루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골프에 나쁜 결정”이라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답했다.
토머스는 “USGA는 최근 수년간 매우 이기적인 결정을 내려왔다.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점을 찾아 해결책이라고 내놓곤 한다”면서 “골프공 비거리 제한이 골프를 어떻게 발전시킨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팬들도 우리와 똑같은 장비와 공을 사서 쓸 수 있는 게 골프의 매력인데, USGA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비거리 증대가 “엄청난 노력에 따른 진화”라면서 “육상선수의 기록이 빨라진다고 경기 거리를 늘리지 않고, 농구선수들의 점프력이 좋아진다고 NBA(미국프로농구)가 골대를 높이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발스파 챔피언십 3연패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샘 번스(미국)도 “그건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다. 골프는 즐기는 스포츠이고, 팬들은 남자선수들이 멀리 치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통산 7승의 웹 심프슨(미국)도 “장비를 퇴보시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코스 디자인에 중점을 두면 해결될 일”이라고 거들었다.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리는 LIV 골프 2차 대회를 앞둔 2020 US오픈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골프공 비거리 제한을 “골프 종목에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라며 분노했다. 대표적 장타자인 디섐보는 “공을 멀리 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제한”이라며 “비거리를 조절하지 말고, 코스를 더 어렵게 만들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모든 선수들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올시즌 PGA 투어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324야드로 장타 2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든 매튜스(미국)는 “제한 규정이 도입되면 전처럼 떠오르는 공의 궤적을 따라 끝까지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A와 USGA는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거쳐 2026년 1월부터 남자대회에 ‘모범 로컬룰’로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들이 관장하는 디 오픈 챔피언십과 US오픈은 우선 적용 대회다. 하지만 4대 메이저대회 중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은 이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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