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도쿄돔에 울린 기합+기습번트까지…4만1723명에게 전달된 오타니의 '진심' [MD도쿄]

2023. 3. 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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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홈런을 생산하지 못해도 충분히 도쿄돔을 뜨겁게 만들었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마운드 위에서의 전력투구, 타석에서의 재치까지 일본 대표팀의 4강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냈다.

오타니 쇼헤이는 16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준결승(8강) 이탈리아 대표팀과 맞대결에 선발 투수, 3번 타자로 출전, 일본 대표팀의 5회 연속 4 WBC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오타니는 지난 9일 B조 조별리그 1차전 중국과 맞대결에서 선발 투수로 4이닝 동안 투구수 49구,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일본 대표팀의 첫 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타석에서는 4경기 6안타 1홈런 8타점 5득점 타율 0.500 OPS 1.684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전승'을 견인, 도쿄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오타니는 지난 15일 일본 대표팀의 공식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지면 끝이라는 부담감이 있다. 꽤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이탈리아전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걱정 섞인 푸념을 하면서도 자신감은 여전해 보였다.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또한 16일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겨야하는 경기다. 오타니를 믿는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오타니는 4강 진출을 위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 마운드에 선 오타니는 매번 기합을 내지르며 전력 투구를 펼쳤고, 타석에서는 재치 있는 플레이로 분위기를 바꿔놓는 등 임팩트를 제대로 남겼다. 오타니는 투수로 4⅔이닝 동안 투구수 71구, 4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2실점(2자책), 타자로 4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오타니는 1회초 시작부터 1구, 1구를 던질 때마다 우렁찬 기합 소리를 뱉았다. 지난 9일 중국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 지면 뒤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오타니는 1회 최고 99.6마일(약 160.2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는 이날 최고 구속인 102마일(약 164.2km)을 마크, 3회까지 2이닝 연속 삼자범퇴, 4회 첫 실점 위기도 넘겼다.

마운드에서 탄탄한 투구를 펼치던 오타니는 타석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첫 번째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직선타로 잡힌 오타니는 0-0으로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3회말 1사 1루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벤치의 지시는 절대 아니었던 상황. 컨택 능력이 좋은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과 동시에 흐름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타니의 번트에 이탈리아 내야는 흔들렸다. 오타니의 번트 타구에 이탈리아의 바뀐 투수 조 라로사가 악송구를 저지른 것. 당연히 오타니는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1루 주자였던 콘도 켄스케는 2루를 지나쳐 3루까지 내달렸다. 오타니의 재치 넘치는 번트 안타로 경직돼 있던 분위기는 일본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은 오타니의 번트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3루 찬스에서 요시다가 유격수 땅볼로 한 점을 만들어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탄 일본은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볼넷으로 출루해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고, 오카모토 카즈마가 스리런홈런을 쳐 4-0까지 간격을 벌렸다.

이날 오타니의 모습 중 가장 아쉬웠던 것은 5회초 수비였다. 4이닝 무실점의 탄탄한 투구를 펼치던 오타니는 5회초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두 개의 몸에 맞는 볼을 내주는 등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도노반 플레처에게 2구째 161km 높은 직구를 공략당해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리고 '투수' 오타니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행히 바통을 이어받은 이토 히로미가 이닝을 매듭지으며, 오타니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마운드에서 아쉬움을 곧바로 타석에서 만회했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볼넷으로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고, 일본 대표팀은 3점을 추가하며 7-2까지 간격을 벌렸다. 점수를 뽑아야 할 타이밍에 팀 득점에 제대로 기여한 오타니의 활약 속에 일본은 4강행 티켓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설 예정인 오타니는 이날이 WBC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투수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를 낳았지만, 소리를 질러가며 전력으로 투구하고, 기습번트로 분위기까지 반전시키는 등 모든 것을 쏟아냈던 것은 분명하다.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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