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도 안 돼 6·25전쟁서 산화…태재명 일병, 73년 만에 가족 곁으로
여동생 유전자 채취해 신원 확인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1950년 ‘안강-기계 전투’에서 산화한 국군 일병이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경북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고 태재명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2020년 9월 국유단과 해병대 1사단 장병 100여명이 6·25전쟁 당시 전투가 발생한 지역에서 작업하던 중 전투화 일부를 발견하고 이어 정강이뼈를 찾으면서 고인의 유해가 처음 나왔다. 이후 주변 발굴에서 대부분 골격이 수습됐다. 유해는 직사각형으로 땅을 판 후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버클과 전투화 등 유품을 착용한 상태였다.
국유단에 따르면 고인은 1950년 8월9일부터 9월22일까지 벌어진 ‘안강-기계 전투’ 참전 중 전사했다.
고인은 1930년 6월3일 경북 경산 남천면 일대에서 2남 2녀 중 첫째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경산 남천 공립보통학교에서 공부했으며 1949년 11월 결혼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구 제1훈련소에 입대 후 수도사단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낙동강 방어의 동부 축선인 안강-기계 전투에 참전했다.
안강-기계 전투는 경주 안강읍과 포항 기계면 일대에서 국군 수도사단이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 전투로, 40여일에 걸친 치열한 공방전 도중 태 일병은 1950년 8월10일 만 20세로 전사했다.
고인의 여동생 태화연씨의 외손자가 군에 입대한 뒤 유해 발굴 사업에 대해 알게 됐고,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 유전자 시료 채취 동참을 권유한 것이 신원 확인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동생 태화연씨는 “오빠의 전사 통지를 받았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죽기 전에 오빠의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고인의 신원 확인 통보 행사인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경북 경산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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