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쏟아 급한 불 껐지만…중소 은행 불안은 번져만 가
CS ‘글로벌 금융위기급’ 덩치
‘중소형’ 대응 불가 우려 여전
건전성 문제로 대출 위축 땐
실물경기 침체 가속화 불 보듯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스위스의 대형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확산하면서 해당국 금융당국과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일부 은행의 위기가 전방위로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중소형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나아가 대출이 위축되는 경로를 통해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은 15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주 발생한 SVB 파산 사태를 거론한 뒤 “미국 특정 은행의 문제가 스위스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기관은 “CS는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며, 필요하다면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SVB 사태가 유럽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CS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중소 은행인 SVB 파산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와 달리, CS는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이 뽑은 40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속해 있다. GSIB는 문제가 생길 경우 전 세계 시스템 리스크를 키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은행들을 뜻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CS의 자산규모는 약 5800억달러(약 760조원)로 SVB 자산(2090억달러)의 2.7배에 달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을 차단하고 시장을 달래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당장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과연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SVB 사태의 경우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은행이 보유한 채권 손실이 커지고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으로 이어졌다. 반면 CS는 수년 전부터 이어진 부실에 최대 주주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두 은행 위기의 원인은 결이 다르다.
일단 각국 정부가 신속히 나서면서 전문가들은 SVB와 CS발 은행 위기가 전체 시스템 위기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에 대응할 충분한 여력이 없는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언제 또 다른 위기가 돌출할지 모른다는 불안은 기저에 깔려 있다. CS 우려가 확산하면서 JP모건 등 미국 대형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또 미국 내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주가 급락세도 이어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로런스 핑크 회장은 “향후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지속과 이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미국의 지역은행들이 위험 가운데에 있다”고 밝혔다.
은행발 불안이 실물경기 침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금리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깐깐하게 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은 중소 은행의 대출 증가세 둔화로 2025년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이 미국 같은 위기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이런 문제로 전 세계 경기가 안 좋아지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윤주·박채영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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