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자들의 금고’ 평판 스스로 허문 도덕적 해이
돈세탁 사건·6조원 투자 실패 등 누적…수년 전부터 ‘경고’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최대 주주의 자금 지원 중단 소식에 폭락하면서, CS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S는 돈세탁 연루, 개인정보 유출, 투자 실패에 이어 내부통제의 결함이 드러나는 등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CS 주가가 15일(현지시간) 24% 급락한 직접적인 계기는 연례 감사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투자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사건·사고와 신뢰 위기가 있다.
CS는 2007~2008년 불가리아 마약 밀매상의 돈세탁을 방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지난해 6월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스위스 대형 은행이 돈세탁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2021년에는 2012~2016년 모잠비크 정부가 후원하는 참치 관련 사업에 대출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일부 직원이 최소 1억3700만달러(약 180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들통났다.
CS의 재무 상태와 신뢰도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2021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아케고스캐피털에 투자해 약 44억스위스프랑(약 6조원)의 손실을 본 사건이었다. CS는 사우디국립은행의 투자를 유치하고 2025년 말까지 직원 9000명을 감원하는 내용의 자구책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11월 우량 고객들이 예금 90조원가량을 인출하는 등 주요 고객이 은행을 떠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S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3분기 3713억스위스프랑(약 524조원)에서 4분기 2332억스위스프랑(약 329조원)으로 37.2% 급감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부자들의 금고라는 스위스 은행의 역할은 신중하고 믿을 만하다는 평판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며 “CS의 온갖 추문과 소송, 늘어나는 손실은 충격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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