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당헌 80조 삭제’ 추진, 민주당 퇴행이 심하다

기자 입력 2023. 3. 16. 20:41 수정 2023. 3. 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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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공천제도가 마무리된 이후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수사를 통한 정치탄압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의심이 짙다. 당헌 80조는 2015년 문재인 대표 때 만든 당의 반부패 혁신안이었다. 개혁안을 편의에 따라 거둬들이려 하다니 민주당은 도대체 어디까지 퇴행하려는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선출하면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당헌 80조 3항을 신설했다. 이렇게 이 대표를 위한 예외조항을 만들어놓은 것도 모자라 아예 80조 삭제를 검토한다니 발상이 놀랍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가 나올까봐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다. 혁신위는 이 대표뿐 아니라 라임 김봉현으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까지 고려해 이 조항의 삭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리 검찰 수사가 야당을 옥죄어 온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원칙을 무너뜨릴 생각을 하는지 기가 막힌다. 공당의 혁신위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민주당의 일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 소속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할 경우 재·보궐 선거에 무공천하기로 한 당헌 96조 2항 삭제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이미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르게 된 2021년 4·7 보궐선거 때 이 조항을 어긴 바 있다. 전 당원투표를 통해 이 조항을 무력화해 공천을 강행했다가 패배했다. 그렇다면 이 조항을 철저히 지켜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정답일 텐데, 되레 조항을 없애려고 한다. 민주당이 강성 당원들의 뜻만 살필 뿐 민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과 지지율에서 별 차이가 없는 이유이다. 당헌 80조, 96조 2항은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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