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난 여론에 갈팡질팡 주 69시간제, 졸속 행정 책임 물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다시 보완하라고 추가로 지시했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1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발언을 전하면서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노동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대통령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14일)와 이튿날 김은혜 홍보수석의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한 데 이은 세번째 언급이다. 사흘 연속으로 언급한 것은 청년층의 반발을 그만큼 무겁게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당혹스럽다. ‘주 69시간’ 개편안이 나온 게 지난해 말부터인데 그동안 왜 가만히 있다가 입법예고까지 마친 뒤에야 부랴부랴 나선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일주일 120시간 노동’을 거론해온 것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마치 이 정책을 자신은 몰랐던 것인 양 노동부에 보완을 지시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노동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라고 하는 등 가볍게 접근하는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MZ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했지만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MZ세대 노조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은 “(주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여권이 지지를 확보하려고 공을 들이는 MZ세대까지 주 69시간은 물론 대통령이 상한으로 거론한 주 60시간도 반대한 것이다.
이런 오락가락 정책 난맥상은 예견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당사자인 노동계 의견은 배제한 채 노동시간 개편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8월 교육부로 하여금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내놨다가 반발에 황급히 취소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현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은 본질적으로 대기업 편들기에 노동시간 연장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역행하고, 저출생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정책 혼선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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