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전공의 벽’ 허물어라... 지방대 30곳에 1000억씩 지원한다
정부가 대학의 ‘학과·전공의 벽’을 허무는 정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생들이 전공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학사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16일 혁신하는 지역 대학 30곳을 선정, 예산을 몰아줘 글로벌 경쟁력 있는 대학을 키우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 추진 방향 시안을 발표했다. 대학 당 향후 5년 간 1000억원을 주는, 역대 최대 규모 대학 지원 사업이다.
◇”대학 안팎 벽 허물라…기득권 내려놔야”
글로컬 대학 예비선정 심사 기준에서 가장 큰 부분은 혁신성(100점 중 60점)이다. 혁신성에선 ‘대학 안팎, 내부(학과·교수)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교육부가 보는 대표적 대학 내부의 벽이 바로 ‘학과·전공의 벽’이다. 대학들은 통상 학과별로 신입생 정원을 정해 놓고 선발하고, 학생은 짜여진 학과 커리큘럼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대학 혁신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소로 꼽힌다. 학생들이 중간에 전공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고, 대학 입장에선 수요가 줄어드는 학과를 없애고 인기 있는 학과 정원을 늘리기도 힘들다. 교육부는 “다변화된 사회 수요에 대응하고 학생의 다양한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유연한 학사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스텍 등 일부 대학들이 하고 있는 학과 벽을 허문 제도들을 소개했다. 포스텍은 2018년부터 학과 구분 없이 전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無)학과’ 제도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수업을 듣다가 흥미에 따라 3학기 이후 전공을 선택하며, 이때 전공별 인원 제한이 없어 학생들은 모두 원하는 전공을 들을 수 있다. 이는 교수의 35.4%가 두 개 이상 학과에 소속된 ‘JA(Joint Appointment) 교수’이기에 가능하다. 교수들이 여러 학과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학과 이기주의’가 적다는 것이다.
서울대도 이런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대는 작년 8월 발표한 ‘중장기발전계획(2025~2040)’ 보고서에서 모든 신입생을 학과 구분 없이 통합 선발하는 안을 대학 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 지난달 취임한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학부 1~2학년 때 학생들에게 전공 구분 없이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 수업을 하는 ‘학부 기초대학’을 설립하고, 다전공 제도 등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학문 간 벽을 허무는 대학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유 총장이 “학부 기초대학을 통해 소속 학과 칸막이를 벗어나 융합적 사고력 등 핵심 역량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윤 대통령이 “사회 변화에 맞춰 대학이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교수 사회 기득권을 내려놔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선진 대학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 브라운대는 50여 년 전부터 학부생 전원을 전공 구분 없이 뽑고, 학생 스스로 전공을 설계할 수 있게 한다. 독일 미텔슈탄트대는 지역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기업 현장 전문가를 직접 교육에 참여시켜 ‘대학·산업’ 사이 경계를 넘은 사례로 꼽힌다.
◇신청서는 5쪽 내로, 성과는 숫자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지금이 대학이 바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뿐 아니라 교육부도 바뀌겠다”며 “그간 교육부가 해온 관료적 평가처럼 한권짜리 보고서 낼 필요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1단계 예비지정을 위해 A4 용지 5쪽 이내 콘셉트 노트(기획서)만 받는다. 대학이 정부 사업을 따내려 보고서 수십장 쓰는 데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후 지자체·지역 산업체와 함께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우면 2단계 심사를 거쳐 오는 7월 최종 지정한다.
교육부는 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인 만큼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이 결국 지역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아보는 ‘영향력(Impact) 분석’을 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영향력은 대학이 지역에 창출한 GRDP(지역내총생산), 졸업생의 지역 정주 비율, 지역 고용률, 지방세 납부액 등으로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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