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정상 셔틀외교 12년만에 복원, 미래로 가자
한일관계 정상궤도 복원
日 '사죄'언급 없어 아쉽지만
성의있는 후속조치 이어가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한일 정상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 간 의사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한일관계가 과거를 건너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출발점에 서게 됐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파행을 거듭하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성사된 것이라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는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국내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했고,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 초청으로 화답했다. 커지는 미·중 갈등과 북핵 위협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과거에 발목 잡힌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대승적 결단의 결과물이 셔틀외교 복원인 셈이다. 기시다 총리도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한일관계를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높이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아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북한을 언급하며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완전 정상화와 한일안전보장대화 등 공동이익을 논의하는 다양한 협의체를 통한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한다.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귀와 첨단과학, 금융·외환 분야 협력 등의 후속 조치가 가시화한다면 관계 정상화가 더욱 실감날 것이다.
양국 정상은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해 미래세대 교류를 늘리고 양국 공통과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한일 재계의 조치를 환영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17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주최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도 예정돼 있는데, 양국 정상과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도 크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대로 민간 교류가 "양국관계의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과 배터리·반도체 등 경제분야는 물론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분야, 자유와 인권 등 글로벌 과제 분야에서도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는 많다.
물론 한일정상회담이 모든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사죄'와 '반성'이라는 직접적 표현 대신, 역대 내각의 인식 계승을 확인한다고 언급하는데 그친 데다, 피고기업들도 아직 사죄와 기금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양국 정상이 공동선언 없이 각자 입장을 밝히는 공동기자회견 방식을 선택한 것 역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축소해석할 필요는 없다. 윤 대통령의 방일 목적인 '한일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운 것만으로도 양국 정상의 만남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회담 후 만찬을 2차까지 이어가며, 친밀감을 보여준 것 역시 앞으로 양국 정상 간 격의 없는 소통의 기대를 높여준다.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시기에 답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관계 개선의 청신호다.
일본은 사죄의 '말'을 충분히 하지 않았지만, 성의 있는 '행동'으로 관계 개선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시다 총리도 '한국 정부의 결단에 비해 일본의 호응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앞으로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만큼 우리 국민이 만족할 만한 조치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제3자 변제 후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는데, 한국도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일관성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미래 세대가 새롭게 양국관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한 회담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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