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유리천장' 깬 女기수, 김혜선 기수의 성공 비결은?
[스포츠서울 | 이웅희기자] 경마에서 여자 기수들이 성공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금녀’의 벽을 김혜선 기수가 허물고 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유리천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과 활약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경마에서도 김혜선 기수가 한국경마 100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금녀’의 영역에 도전!
경마는 여성의 진출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경마가 태동한 서구에서도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로 인해 여성 기수나 조교사 등이 나오기 어려웠다. 게다가 경마 기수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하기 때문에 체력이나 근력이 더 강한 남성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여성기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 켄터키더비 출전 최초의 여성기수 다이앤 크럼프, 1993년 최초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 우승 여성기수 줄리 크론 등 ‘금녀’의 벽을 허문 여성 개척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2015년에는 호주의 미셸 페인 기수가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중 하나인 멜번컵에서 대회 15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로 탄생했다. 페인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2020년 ‘라라걸’이라는 영화로 국내 개봉되기도 했다.
‘맏언니’들이 활로를 터준 덕분에 20년이 지난 현재 서울·부경·제주 경마장에는 10명 내외의 여성기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 중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가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009년 데뷔한 김혜선 기수는 남다른 승부욕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3년 여성 기수 최초 프리 선언, 2017년 여성 최초 대상경주 우승, 2021년 300승 달성, 2022년 하루 3개 국제교류경주 석권 등 어딜 가나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여자 경마 대통령’, ‘경마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여성 기수에 대한 편견도 함께 깨지고 있다.
특히 그는 2017년 코리안 오크스 대상경주에서 국내 여성 최초로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해당 경주에서 단승식 56배, 복승식 475배, 삼복승식 1만7274배의 고액 배당을 터트렸는데 얼마나 어려운 경주를 승리했는지를 엿 볼 수 있다. 김혜선 기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게 부각되기보다는 그저 기수로 불리며 차별 없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마계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
김혜선 기수는 부산경마 1호 기수부부의 주인공이다. 그는 2019년, 6년 후배이자 8살 연하 박재이 기수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품절녀’가 된 김혜선 기수는 결혼 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3월 3주 현재 최근 1년간 성적을 보면 부경기수 중 다승 7위(40승) 및 승률 7위(11.4%)에 랭크되어 있다. 올해 출전내역만 놓고 보면 승률이 무려 16.1%(부경 3위)로 승승장구 중이다. 이는 국내 여성 기수 중 가장 높은 성적이고, 많은 남성 기수들과 비교해도 출중한 기량이다.
이들 부부 사이에 벌써 4살된 아들이 있다. 김혜선 기수는 결혼 이듬해인 2020년 아이를 낳고 불과 7개월 만에 경주로에 복귀했다. 예상보다 빨랐던 복귀가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뛰어난 성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 기수는 “하루라도 빨리 말을 타고 싶어서 급하게 몸을 만들고 복귀했다. 컨디션 난조가 있었고 꾹꾹 버티며 기승했다. 그런데 성적은 이상하게도 잘 나왔다.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나 의아했지만 이게 엄마의 힘인가 싶더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김 기수는 아들 친이가 정말 순하고 사랑스럽고, 떨어져 있더라도 엄마를 찾거나 보채지 않는, 오히려 엄마를 챙기는 착한 아들이라고 자랑한다. 그의 SNS에는 여느 엄마들처럼 귀여운 아이 사진이 도배되어 있을 만큼 아들사랑이 물씬 느껴진다. 그래서 혹시 아들이 커서 엄마아빠처럼 기수를 한다고 하면 걱정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기수는 살아있는 경주마와 늘 함께하다 보니 낙마하거나 발에 차이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솔직한 마음으로 아들이 다른 길을 갔으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의 의사라고 말했다.
◇부상도 이 악물고 참는 독종, 그의 도전은 ‘ING~’
김혜선 기수 또한 부상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부산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됐을 때, 발목 부상을 입었는데 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아픔을 참으며 1~2주 계속 말을 탔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인대가 아예 끊어져 있었다. 너무 무리를 하는 바람에 연골까지 손상이 확대됐고, 결국 치료를 위해 7개월 이상 쉴 수밖에 없었다. 김 기수가 여성이라는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고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수로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된 그의 강한 근성을 엿볼 수 있다. 김혜선 기수는 “내가 생각해도 내가 독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올해 들어 무섭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가 돌연 지난 2월 초 경주를 마지막으로 경마장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향후 조교사로서 인생2막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한 달 간 활동을 잠시 중지하고 조교사 교육을 받았다.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도전에 나서는 김혜선 기수는 무엇보다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 강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154㎝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그의 놀라운 힘의 원천은 모성애라고 할 수 있다.
육아와 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을 것 같은 그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SNS나 유튜브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하고 있다. 육아를 시작한 이후 영상 업로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유튜브는 자주 못하고 있지만, 대신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SNS에 자신의 근황을 올리며 상시 소통하고 있다. 기수가 되고 싶은 후배들도 SNS를 통해 연락한다고 한다.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언급한 김혜선 기수는 자신의 다양한 활동이 “팬들이나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경마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타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라고 말했다. 이어 “나 또한 주변의 응원 덕분에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어서 항상 감사드린다” 라며 팬들에 고마워했다.
iaspire@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수만 조카' 써니 거취에도 주목 "부끄러운 가수 되지 않으려…"
- 김용준, 미모의 아이스하키 감독과 핑크빛 분위기(신랑수업)
- "XX" 생방송 중 욕설한 정윤정 쇼호스트...방심위, 의견진술 결정
- 유학파#가슴CG#동은의 망나니까지...화제의 중심 '스튜어디스 혜정이' 차주영 [SS인터뷰]
- 안정환 딸 안리원, 미코 母 DNA 못 속여..비키니 입고 몸매 자랑
- '음주운전' 박시연, 살 더 빠졌나..소멸 직전의 소두
- [포토]'SSG전 앞둔 한화 최원호 감독'
- 전북도체육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이달에도 체육행사 풍성하게 진행
- 완주 웰니스축제, 첫날부터 성황...건강과 힐링이 주는 행복의 가치 일깨워
- 전주시, ‘2023 아동정책참여단 발대식’ 개최... 대학생 멘토와 함께하는 의견 제안 등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