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위기에 필요한 것은 선제적인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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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진정될 것 같았지만 여진은 오히려 더 강해진 분위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발 금융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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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로 촉발된 금융권 부실에 대한 우려는 이제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로 전이됐다.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국립은행(SNB)이 추가 유동성 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뇌관이 된 것이다.
CS의 재무건전성 문제는 지난해부터 계속 흘러나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단순한 '위기설'에 그치던 지난해와는 다르다. BNP파리바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CS로 인한 낙진을 피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외신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CS 주가는 사상 최저치 수준까지 추락했다.
CS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은행 '톱5'에 포함되는 위상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기준 CS의 관리 자산규모가 2134조원으로 SVB의 7배에 달하고, 특히 2021년 말 기준으로 장외파생상품 규모가 1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SVB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발 금융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위기가 SVB 파산에 그치지 않고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은행권 위기가) 몇몇 지역은행에 한정될 것으로 생각한 게 순진했다. 매우 큰 규모의 은행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각국 정부가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는 SVB 사태 직후 '모든 예금주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추가적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가능성을 줄였고, 스위스 금융당국도 "필요시 CS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세계 주요국들의 이 같은 행보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시장에까지 직격탄을 날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빠른 조치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번에 제대로 진행한 것이다. 이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사태에서 다소 예상치 못했던 것은 우리 금융당국의 행보다. 의례적인 '예의 주시'에서 벗어나 뱅크런에 대비해 '예금 전액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항상 늑장대처해 불만의 대상이던 금융당국이 의외로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SVB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리 대비한다면 위기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경제부문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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