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변화하는 시간 예술 [백남준아트센터 ‘2023 신소장품전’.下]

정자연 기자 2023. 3. 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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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메이크랩, '유토피아적 추출', 2020, 미디어 설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백남준아트센터의 ‘2023 신소장품전’은 전시되어 있으나 박제되지 않은, 변화와 변형, 시간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시간 예술을 선보인다. 그 속에서 생태와 인간, 기술을 면밀히 들여다 본 동시대 작가들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품 수집에 관해 백남준센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수집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움직인 결과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선보이는 자리”라고 밝혔다. 인간과 기계, 생태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 김성환, 김희천, 노진아, 박선민, 박승원, 안규철, 언메이크랩, 업체eobchae×류성실, 진시우 등 9작가(팀)의 작품 11점을 만날 수 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협업과 몽환적인 위안은 김성환 작가의 ‘드로잉 비디오’에서 엿볼 수 있다. ‘드로잉 비디오’는 드로잉 세 점과 ‘드로잉 비디오’, ‘커버’ 등 비디오 두 점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품이다.

드로잉 비디오는 2007년 김성환과 권병준,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가 함께 공연한 ‘푸싱 어게인스트 디에어’라는 퍼포먼스에서 김성환 작가가 했던 라이브 드로잉 기록을 담았다. 3명의 아티스트가 세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5초 이상의 침묵을 이어간다. 또 개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는 남성의 모습을 찍은 16㎜ 필름 ‘커버’가 함께 구성을 이룬다. 

박승원, '지극히 평범한 하루', 2020, 2채널 비디오 설치, 각 6분 34초, 17분 55초

박승원 작가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는 백남준의 ‘머리와 발’ 비디오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2채널 비디오 속에선 좌우로 흔드는 박 작가의 머리와 누워서 들어 올린 다리가 쉴새 없이 각각 움직인다. 백남준이 ‘머리와 발’에서 불편한 몸과 머리를 계속 저으며 신체를 깨우기 위해 지속적인 반복 행동을 하는 것처럼 박 작가 역시 모니터에 갇혀있는 신체와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탈주의 노력을 통해 감각하고 깨어있는 몸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에 대한 충동의 경계에 놓인 신체를 인지하는 것이 삶의 평범한 수행, ‘지극히 평범한 하루’임을 말한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주목하는 작가 언메이크랩은 미디어 설치작품 ‘유토피아적 추출’을 통해 기술과 현대미술의 간극, 낙관주의와 생태계 위기, 기술에 대한 믿음과 기술이 가진 허점을 동시에 어떻게 작품으로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유토피아적 추출은 4대강 사업으로 생성된 거대한 모래산 등의 현장이 담긴 32분 길이의 영상 기록이다. 현장엔 외곽이 깨진 돌들이 설치돼 데이터 양을 부풀리는 전처리 과정을 보여준다. 기술이 왜곡되고 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과 기술의 불완전성,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그린다. 

업체eobchae × 류성실, '체리-고-라운드', 2019, 단채널 비디오, 27분 9초

업체eobchae와 류성실 작가의 ‘체리-고-라운드’는 SF영화 같은 흥미로운 영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나타내며 동시대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투영했다. 영상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같은 소재를 말하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이슈를 찾는 관찰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오찬석 작가의 말처럼 영상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미디어의 모순을 꼬집고 속도감만 남은 채 제자리를 맴돌며 무력감에 사로잡힌 동시대의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소장품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됐다. 오는 25일 오후 3시엔 ‘언메이크랩’이 렉처 퍼포먼스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을, 4월15일 오후 3시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진화하는 로봇 ‘가이아’를 선보인 노진아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매주 금, 토 오후 2시와 4시엔 안규철 작가의 ‘야상곡 No.20/대위법’ 작품을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퍼포먼스 한다. 전시는 6월25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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