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황제 진종오 "새 과녁은 IOC 선수위원, 정조준"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3. 16.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격 황제이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진종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한 진종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사격 황제이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유스)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진종오는 소문난 메모광이다. 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낸 2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메모하기 시작한 그는 지금도 노트를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5번 연속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그는 한국인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 보유자가 된 원동력으로도 메모를 꼽았다.

진종오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메모하는 습관이다. 지금까지 써온 노트는 사격 선수 진종오의 인생이 모두 담긴 보물과도 같다"며 "하루하루 잘하고 있는 것과 부족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를 철저하게 분석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슬럼프 역시 어떻게 해야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노트에 적혀 있었기 때문에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 행정가로 새로운 출발에 나선 진종오는 특유의 꼼꼼함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쌀알만 한 크기의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진 노트는 최근 두 가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첫째는 한국에서 열리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국제종합대회를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두 번째는 스포츠 외교관으로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관련 내용이다.

내년 1월 19일 개막하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진종오가 사격 선수가 아닌 스포츠 행정가로 나서는 첫 국제대회다. 지난달 21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조직위원장 위촉장을 받은 그는 사격 선수 때보다 철저하게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진종오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경기 운영과 경기장 등을 혼자서 챙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회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모든 부분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세세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종오에게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IOC 선수위원 도전에 앞서 스포츠 행정가로서 평가받는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에 앞서 한국을 대표할 IOC 선수위원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의 유일한 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파리올림픽을 마지막으로 8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한 명만 될 수 있고 직전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해야 입후보할 수 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자격 요건을 충족한 진종오는 "IOC 선수위원은 전 세계 올림피언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목표 중 하나"라며 "IOC 선수위원이 되기 위한 여러 과정이 남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부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IOC 선수위원이 있다는 것을 2016년에 처음 알게 됐다. 당시는 뒤늦게 알게 돼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사격 선수답게 꼼꼼함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나만의 장점을 살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를 돕는 조력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명사수인 진종오는 출전했던 5번의 올림픽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을 꼽았다. 진종오는 "생애 처음 출전했던 아테네 대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첫 사격을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던 런던 대회는 몸 상태가 완벽했고 무조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선수로서 경기력과 체력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시절이 런던 대회였다"고 밝혔다.

20대부터 써온 노트. 최근에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관련 메모로 가득 차 있다.

현역 생활을 최대한 오래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진종오는 "런던 대회 때처럼 최고의 컨디션으로 매 대회 우승 경쟁을 할 순 없겠지만 실력이 크게 뒤처지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후배들과 경쟁하려고 한다"며 "사격 선수이자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IOC 선수위원이라는 또 하나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임정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