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역설 … 성장호르몬제 폭풍 성장
저출산 시대에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역설적으로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부모에 조부모, 지인들까지 가세해 아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텐포켓' 현상이 제약업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6일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의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성분명 소마트로핀)은 지난해 매출액 1200억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19년(600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매출액이 뛰었다. 유트로핀은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트로핀의 성분인 소마트로핀은 세포와 골 성장을 촉진시키고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LG화학과 함께 국내 성장호르몬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동아에스티도 지난해 성장세가 돋보였다. 동아에스티의 그로트로핀은 지난해 전년 대비 38.8% 성장한 61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2019년부터 매년 30% 이상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두 회사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트로핀·그로트로핀뿐 아니라 지노트로핀(화이자), 노디트로핀(노보노디스크), 싸이젠(머크), 싸이트로핀(싸이젠), 조맥톤(페링제약) 등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중 유트로핀과 그로트로핀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 지난해 기준 유트로핀 한 제품군만 46%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41%)에 비해 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그로트로핀도 시장점유율이 2019년 16.8%에서 지난해 19.8%로 3%포인트 상승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입제품의 경우 국내 공급 변수가 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제는 수급 측면에서 국내 생산 제품의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 양육 환경이 변화한 점을 성장호르몬제 시장이 성장한 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명의 자녀만 키우는 세대가 많아지며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출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대형 종합병원 중심에서 중소형 병원, 의원급 등으로 성장클리닉이 확대되며 저신장증 치료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효자 제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성장호르몬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시켜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LG화학은 성장주사 기록 전용 모바일 앱인 '유디'를 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디는 주사 부위, 날짜, 용량 등 지속적인 기록 관리 등을 도와주는 앱이다.
제품 제형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어린 환자가 손쉽게 주사할 수 있는 제형의 유트로핀에스펜이 대표적이다. 주입 버튼의 지지대를 강화하고 잔여 용량 눈금을 세분화했다. 상온에서 14일까지 보관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LG화학은 성장치료 전 단계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이미 성장호르몬 연계 제품인 성조숙증 치료제와 관련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 국내에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동아에스티는 그로트로핀을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추가 적응증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로트로핀은 1996년 품목허가 이후 특발성 저신장증, 터너증후군, 저신장(SGA) 소아 성장장애 적응증 등을 추가로 획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브라질 텐더 시장에 진입하며 중남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성장호르몬제가 폭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오남용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근육통과 두통, 혈당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유경 기자 /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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