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해 결승가려고? 궁색한 MLB의 변명, 준결승 일정 마음대로 바꿨다[도쿄 현장]

나유리 2023. 3. 16. 17: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BC 조직위가 처음 발표했던 대진표. (오른쪽 구석에 주석이 있다)
은근슬쩍 바꿔놓은 대진표.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궁색한 변명이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주최인 MLB 사무국이 준결승 스케줄을 은근슬쩍 바꿔놨다. 미국이 어떻게든 결승까지 가게 하려는 모략으로 보인다.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3 WBC 일본과 이탈리아의 8강전 맞대결이 열린다. 이날 경기는 B조 1위인 일본과 A조 2위 이탈리아의 맞대결이자,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마이크 피아자가 이끄는 이탈리아 그리고 '스타 군단' 일본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런데 경기전 피아자 감독의 인터뷰를 앞두고, 기자 회견장에 MLB 고위 관계자가 등장했다. 크리스 마리낙 MLB 최고 운영-전략 책임자다. 마리낙은 "준결승 일정과 관련해 공지할게 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일본 취재진들은 해당 내용을 기자회견 직전 전달 받은듯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WBC 주최인 MLB 사무국이 처음 발표한 대회 일정에는 특별 공지 내용이 2가지 추가돼 있었다. '일본이 8강에 올라갈 경우, 조 순위와 상관 없이 무조건 (도쿄에서 열리는 8강전 중)두번째 경기에 배정된다'와 '미국이 8강에 올라갈 경우, 조 순위와 상관 없이 (미국에서 열리는 8강전 중) 두번째 경기에 배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WBC 경기 개최국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동 일정, 중계 시간 등을 고려해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8강행이 결정된 직후, MLB가 슬쩍 스케줄을 바꿨다. 원래 공지대로라면 미국이 8강전 4번째 경기, 일본이 8강전 2번째 경기다. 만약 두 팀이 상대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4강전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MLB 사무국이 경기 일정표 구석에 조그맣게 써져있던 문구를 삭제했다. 8강전 4번째 경기에 배정됐어야 할, 미국-베네수엘라전이 3번째 경기로 옮겨졌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날 일이 없게 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결승까지 가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일본 취재진도 갑자기 일정이 바뀐 것이 당황스럽다는듯 대응했다. 물론 일본도 준결승에서 무조건 미국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준결승에서 미국을 만나게 된다'고 염두에 두고 있었던 계획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낙은 '미국이 무조건 4번째 경기에 배정된다는 공지가 있지 않았나'라는 일본 취재진 질문에 "언제 일정표를 확인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바뀐 상황"이라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MLB는 아무런 설명 없이 며칠 전 대진표를 바꿔놨었고, 미국의 8강행이 확정된 후인 이날에서야 해당 규정을 발표한 것이다. 타 국가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로써 일본은 준결승에 올라가더라도 푸에르토리코-멕시코 경기의 승자와 만나고,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꺾고 올라가면 쿠바와 맞붙는다.

MLB 사무국은 이번 WBC를 통해 '최강 미국 야구'의 위상을 되찾고, 미국내 야구 인기 부흥기를 맞고 싶어한다. 그런데 미국은 예상보다 전력이 압도적이지 않고, 생각보다 더 강한 일본을 준결승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을 결승에서 만나는 것과, 준결승에서 만나 결승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국의 이득만 생각하는 MLB 사무국의 비상식적인 대처다. WBC에 출전하는 다른 국가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 마리낙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현지 방송 중계와 흥행 문제 등으로 금요일(현지 시각) 밤보다는 토요일 밤에 경기를 배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특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최초 대진표대로 미국-베네수엘라전을 '8강 3경기'로 배정하기로 했다"는 답을 했다.

마리낙은 또 "미국이 C조 1위였다면, 처음 대진표대로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났겠지만 미국은 C조 2위이기 때문에 '3경기'에 배정한다"는 설명을 했다. 일본 취재진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야구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D조 최강 경기력을 보여준 베네수엘라에 패하면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