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배우 김명수 "35년간 연기했지만 아쉬워...완성도 있는 배역 만들고파"
기사내용 요약
국립극단 '만선' 개막…2021년 초연 후 2년만
명장면 5톤 비…"난파선 같아…원작엔 없어"
1988년 연극으로 활동 시작…극단 미학 소속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비가 쏟아지며 거대한 무대가 하나의 난파선이 돼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원작과 달리 격정적인 끝이죠. 하지만 결국 다시 재생되고 연속되는 삶을 말해요. 희망을 거세당하면서도 만선을 꿈꾸고 또 살아내겠죠."
작은 섬마을 바닷가, 5톤의 비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친다. 평생 배 타는 일밖에 모르는 뱃사람 곰치는 모든 것을 잃고 울부짖듯 외친다. 그의 손에서 그물을 놓는 날은 바로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2년 만에 재공연하는 연극 '만선'이 16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배우 김명수는 "2년 전 코로나 시국 땐 공연을 못 본 분들이 많아 아쉬웠다.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나 많이 설렌다"고 기대했다.
한국 근현대 대표 극작가인 천승세가 쓴 희곡이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그해 7월 초연됐다. 남해의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어부로서 자부심과 고집을 가진 곰치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거대한 바다와 맞서 싸우는 인간의 의지를 그리는 동시에 서민의 무력하고 서글픈 삶을 담아낸다.
주인공 곰치 역으로 다시 돌아온 김명수는 "곰치에게 바다는 삶이다. 형제도, 자식도 모두 잃은 곳이지만 결국 살아내야 하는 터전"이라고 말했다.
"어부로서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죠. 가족을 다 잃는 와중에도 배 한 척 장만을 위한 만선을 계속 꿈꾸죠. 이곳에서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데, 끝끝내 그조차도 기득권 세력에게 착취 당하며 이루지 못하죠. 빚이라는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고기 신세와 같아요."
'만선'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며 투박하고 거친 곰치의 모습에선 옛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옛 사진 속 인물들의 주름의 흔적을 되새기며 영감을 얻은 김명수도 연기를 하며 자연스레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도 떠올렸다.
"할아버지는 군납도 하며 채소 장사를 했어요. 아버지를 비롯해 자식이 12명이었고, 고된 노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면이 맞닿아있죠. 극 중 곰치의 아들인 도삼이는 제 아버지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도삼이는 미래지향적인 면이 있는데, 제 아버지도 변화를 택해 농업을 잇지 않고 경찰이 됐죠."
59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를 불문하고 욕망을 갈구하는 건 같다. 곰치가 만선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파탄에 이르듯, 내 안에 있는 욕망은 또다른 욕망을 낳고 삶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재찬 연출은 극에 생동감을 주려 했다. 극 중 젊은이들에게 역동성을 부여했다. 딸 슬슬이가 범쇠에게 대항하는 장면 등 자신의 삶을 훼손하는 이에게 항변하는 모습은 원작과 차별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등 사극에서 존재감을 보여온 김명수는 연극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동랑청소년극단에 입단했고 이듬해인 1989년 MBC 19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했다. 이후 10여년간 드라마 위주로 활동하다가 극단 미학을 창단한 정일성 연출과 인연을 맺으며 다시 연극 무대를 밟았다.
극단 미학이 1998년 창단 공연으로 올린 연극 '햄릿'이 그에게 특별한 이유다. 이 작품으로 연극계에 돌아온 그는 지난 25년간 무대와 방송을 오가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미학 소속인 그는 "연기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또렷한 발성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무대를 장악해온 그에겐 무대가 연기 갈증을 채워준다. "드라마나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무대는 배우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무대 위에선 오롯이 배우가 책임을 져야 하죠. 연극을 거절하는 재주도 없지만, 무대에선 제법 한다는 소리를 들어요.(웃음) 제 표현력이 무대와 잘 맞죠. 제가 살아있는 걸 느껴요."
35년간 연기해오며 욕심은 하나다. "좀 더 완성도 있는 배역을 만들고 싶다. 항상 아쉽고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고 말했다. 배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무대에 서온 그가 마음속에 품은 바람도 하나 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안톤 체호프 4대 희곡 무대에 모두 오르는 일이다.
"'햄릿', '맥베스', '오델로' 공연은 했고, '리어'만 남았어요. 더욱이 제가 50대에 셋째 딸까지 얻어서 완전히 '리어'가 됐죠.(웃음) 사실 40대에 기회가 오기도 했는데, '리어'는 50대가 지나서 하고 싶다고 거절했어요. 돌아보니 오만했었죠. 체호프 희곡은 '바냐 아저씨'와 '갈매기' 무대엔 섰고, '벚꽃 동산'과 '세 자매'가 남았어요. 남은 작품들도 곧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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