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69시간 근로' 질타...與, MZ노조 만나 "공짜야근 근절"
윤석열 대통령이 '주 69시간' 근로시간제 개편안의 수정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16일 MZ노조와 만나는 등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근로시간제 개편의 초점이 최장 주69시간 노동이 아니라 '공짜 야근 근절'이라며 프레임 전환에 집중했다. MZ노조는 연장근로 유연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노동자를 보호할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노동시간 개편안 보완 지시에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하며 관련 개정안의 입법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 의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오히려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을 야기하고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상 52시간제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어 추가 근무가 필요한 경우에도 52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면 사용자는 범법자가 되고 근로자는 공짜 노동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추가 근무는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고 더 나아가서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가 필수라는 전제 조건을 도입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분기별 10%, 반기별 20%, 연단위로 30% (근무시간을)감축시켜서 연장 근로시간을 축소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임 의원은 "모든 노동자에게 69시간 근로를 하라는 취지는 절대 아니고 노사가 선택할 수 있는 그 유연화의 폭을 넓혀놓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과로사와 관련해서는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맞다"며 "오늘 여러 가지 중요한 말씀을 잘 경청해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재해 기준에 따르면 4주 연속 평균 64시간 근무했을 때 과로사로 인정될 수 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제도의 경직성을 유지한 채로 52시간제가 도입되다 보니까 현장에서 포괄임금이 만연되고 있고 공짜야근, 근로시간 관리를 안 하려고 하는 불법부당한 관행들이 야기가 되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의 취지는 주 평균 52시간 내에서 업무량 변동에 따라서 업무 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건강을 보장해 궁극적으로 실 근로 시간을 단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현장에선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무를 하지 않을까, 제도가 악용되지 않을지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근로시간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법 개선과 함께 관행과 의식 개선이 같이 가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의견을 주시면 입법예고 기간에 잘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날 정책 의원총회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69시간제 아니냐'라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쓸데없는 논쟁에 들어간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땐 몰아서 쉬고 하는 형태를 하면서 노동 조건이 더 열악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현실에 맞게, 산업 현장의 실제적 요구에 맞게 개편하려는 좋은 취지"라고 힘을 실었다.
유 의장은 "먼저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IT(정보통신)나 게임 업계 종사자도 과도한 근로를 피해야 할 악습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개편안이 유연한 근로시간 선택지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하고 쓴다는 취지에는 저를 포함해 많은 노동자들이 공감을 할 것"이라면서도 "유연하게 쓴다는 것은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떠올리지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쓰는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짜 야근 근절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공짜 야근을 시키는 기업의 문제이지 주52시간제의 문제가 아니고, 연장근로를 유연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며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 (주당) 평균 52시간을 지키란 법도 없다"고 했다.
유 의장은 "개편안을 통해 과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연장 근로를 (두고) 극단적인 경우다,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란 말보단 적어도 개편안에 대한 이런 우려로부터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넣거나 현행 (제도)에서도 근로감독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개편안은 취지의 실제 (실행) 여부가 불분명하고 우려점을 충분히 해소시키지 못해 반대 의견"이라고 했다.
1주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평균 주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근무방식은 노사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하고 퇴근 후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은 보장하기로 했다.
이 경우 남은 13시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 휴일을 제외한 주6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 된다. 정부는 11시간 연속 휴식이 없을 경우에는 주64시간을 상한으로 하는 선택지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기간 근로 우려 등 반발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이 MZ세대 의견을 청취해 보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상한 캡' 보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개편안에 최대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크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제도 보완을 위한 현장 방문 및 세대·계층별 의견수렴 등 소통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임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69시간이란 프레임에 갇혔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가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고 캡을 씌워야 (상한선을 지정해야) 하느냐 하는 내용까진 오늘 안갔다"며 "총체적으로 얘길 결론지은 건 아니고 계속적으로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자기부정,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현행법을 알고 주 52시간보다 무려 8시간이나 많은 60시간의 상한 캡을 언급한 것이라면 이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비판하는 근로시간 연장을 의도한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척 가이드를 제시한 것이라면 국민들을 기만하여 초장시간 노동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장시간 노동으로 소중한 우리나라 근로자들을 과로사로 내모는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철회를 촉구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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