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 하면 저렇게 돼”… 입주민 막말에 상처 받는 아파트 경비원들

양다훈 2023. 3. 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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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고성·모욕·외모 멸시·천한 업무라는 폄훼·부당한 업무지시·간섭 등 갑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한 입주민은 경비원을 가리키며 자녀에게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 서울 강남 아파트의 70대 경비 노동자는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는 '원청 갑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9명 중 6명은 이같은 일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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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공개한 ‘경비 노동자 갑질 보고서’에서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채용했냐, 당장 바꾸라" “너의 집이었으면 불 켜놓을 거냐” "경비 주제에 관리 사무소에 얘기해 그만두게 하겠다 협박" 등 폭언 피해 호소.. 업무 외 부당 지시도 "관리소장이 갑자기 정화조 청소 지시. 2주 넘게 약 발랐다"
임득균 노무사 “처벌이 너무 약하고 고용 불안으로 갑질에도 참고 일해야 하는 상황”
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고성·모욕·외모 멸시·천한 업무라는 폄훼·부당한 업무지시·간섭 등 갑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한 입주민은 경비원을 가리키며 자녀에게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경비 노동자 갑질 보고서’에는 이 같은 피해자 9명의 증언이 담겼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10월 경비 노동자 5명, 청소 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 사무소 기전 직원 2명 등 모두 9명을 심층 면접해 정리된 갑질 피해 실태가 담겼다.

일부는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채용했냐, 당장 바꾸라”고 말했으며 일부는 경비 초소에 불을 켜놓은 것을 두고 “너의 집이었으면 불을 켜놓을 거냐”라고 하는 등 폭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 서울 강남 아파트의 70대 경비 노동자는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는 ‘원청 갑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9명 중 6명은 이같은 일을 당했다.

한 경비노동자는 “관리소장 지시로 갑자기 정화조 청소를 했다. 분뇨가 발목까지 차오르는 곳에서 작업하고 나왔는데 독이 올라 2주 넘게 약을 발랐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경비 노동자는 “입주민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경비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며 관리사무소에 얘기해서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한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직장갑질119는 경비 노동자들이 입주민·용역회사 갑질에 노출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간접고용 구조와 초단기 근로계약 기간을 꼽았다.

대상 노동자 9명 모두 1년 미만의 단기 근로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하는 고용 형태였다. 경비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의 계약기간은 더욱 짧았다. 5명 중 4명은 3개월 단위로, 1명은 1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다.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갑질을 행한 입주민·관리소장이 처하는 처벌이 너무 약하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으로 인해 갑질에도 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갑질 방지 및 처벌 규정 강화와 고용불안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 노동자가 직장 내 갑질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경비원들은 지난해 12월 새 관리소장이 부임한 뒤로 강압적인 언행을 했고, 반장이 잇따라 강등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관리소장은 언론에 숨진 경비원 박모씨가 오히려 초소 근무를 원했고, 폭언한 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관리소장과 동료 경비원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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