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2년 만의 한일 양자 방문…‘솔로몬의 지혜’ 기대한다
(지디넷코리아=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16일 한일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지난 15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한국의 오늘을 소개한다며 아침부터 법석이었다. 각종 신문·방송에도 12년 만에 이뤄진 양자 차원의 정상 방문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과 관련한 온갖 뉴스를 쏟아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때리기에 몰두하던 일본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호들갑 떨며 한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모습이 고맙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며칠 전 자민당 3선 출신인 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행간을 포함해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이다. “징용공 문제가 급속히 움직이고 있는데, 정말 이걸로 해결이 되겠습니까? 일본에는 일본기업 측의 과거(강제징용)가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미래지향을 논하고 있어 과거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한국의 미래지향과는 거리가 있기에 ‘돈’만 갖고 처리하자는 과거의 어프로치와 전혀 변함없는 처리방식이기에 몇 년 지나면(정권이 바뀌면)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현직 시장인 지인도 전직 일본 대기업 회장한테 같은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진심으로 한일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비슷한 걱정을 토로한다. 필자 생각도 위안부 합의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아서 불안한 심정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위안부 합의를 정리해 보자면 한일 화해를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듯한 미국과 이를 피할 수 없어 대응하는 흉내만 내는 일본 정부 움직임, 피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합의 없이 일본 정부와 덥석 합의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위안부’에서 ‘징용공’으로 바뀌었을 뿐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강제징용 사실이 없지 않는가’라는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참의원 질문에 대해 답변에 나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대신은 ‘강제징용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국내 반발을 물리치고 일본 정부와 화해 협상에 나선 한국 정부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재협의를 요청한 한국 정부에 수출 규제 등 각종 외교적 보복 조치를 가해왔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일본국 신임장을 받고 부임한 주일대사조차도 만나주지 않는 등 한국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또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온화하게 대처해온 탓에 한국 정부가 떼를 쓴다는 투로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한국 정부가 급속히 일본 정부를 향해 화해 메시지를 내밀자 대한 강경노선을 주장하던 일본 정치가들은 본인들의 강경정책이 드디어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이참에 다케시마(독도)도 돌려받아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대일 화해 협력에 관한 불굴의 투지는 충분히 확인이 되고도 남는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에 당황하는 기색이 연연하고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맞이 했으니 이참에 일본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도 배려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니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본다.
일본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재일본 한국 국민은 하루라도 빨리 한일 화해가 이뤄지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고 민간 교류 협력은 물론 비즈니스 협력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고대하는 입장이기에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화해 협력의 기초가 놓아지길 바라며 두 번 다시 합의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대화와 협의로 양국 국민, 그리고 누구보다도 위안부·징용공 피해자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 같은 현명한 합의가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yomutaku@e-corporation.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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