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안 쓰는 습관 길러 보세요”

서울앤 2023. 3. 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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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문제 풀어가는 ‘소셜디자이너’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서울&] [사람&]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는 2018년부터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며, 무포장 실천 동네 실험과 습관 형성 지원을 위한 모바일 앱 개발 등으로 일회용품 없는 생활방식 제안을 이어왔다. 지난 7일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카페 ‘보틀라운지’ 식자재 판매대에서 정다운 대표가 용기를 갖고 와 살 수 있는 야채 칩과 커피가 담긴 다회용컵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 일회용품 없는 카페 열고

4년 동안 무포장 실천하며 ‘동네 실험’

손쉽게 실천하도록 모바일 앱도 개발

“기록해 데이터화하고, 습관 형성 지원”

지난 7일 오후 서대문구 연희동 홍제천변 아파트 단지 뒤 한적한 골목길 1층에 있는 카페 ‘보틀라운지’. 20여 석 공간엔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있었다. 여느 카페와 다를 것 없는 것 같지만 이내 특별함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엔 일회용 컵은 물론이고 빨대 등 일회용품이 아예 없다. 오른쪽 코너엔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빨대, 천 주머니 등 대안용품 판매대가 있다. 왼쪽 벽면엔 곡류나 야채 칩 등 30여 종의 식품을 용기를 갖고 와서 살 수 있는 판매대도 있다. 주인장 정다운(43) 보틀팩토리 대표의 일회용품 없는 생활방식 제안이 공간 전체에 담겨 있다.

“지난 5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일상을 제안해왔어요.” 카페 커뮤니티 공간에서 만난 정 대표는 보틀팩토리의 그간 활동을 소개했다. 2018년 카페를 연 뒤 텀블러 대여를 시작했고 다회용 컵을 직접 개발해 대여와 반납을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웃과 동네 가게들이 함께 실천을 경험해볼 수 있게 제로웨이스트 페스티벌 ‘유어보틀위크’(Your Bottle Week)와 무포장 장터 ‘채우장’을 진행했다.

유어보틀위크 4년(2018~2021년)과 채우장 3년(2019~2021년)의 실험에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사고파는 경험을 기획했다. 사실 처음엔 용기를 가져오지 않으면 판매자도 팔 수 없어 잘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어서, 행사 기간과 참여 가게도 해마다 늘어났다. 첫해엔 ‘일주일, 카페 7곳’에서, 네 번째 해엔 ‘한 달 동안 빵집, 떡집, 쌀집, 식당 등 60여 곳’에서 진행했다.

제로웨이스트 코너.

그새 동네에서는 다회용 컵 사용과 용기를 들고 물건을 사러 가는 주민이 늘었다. 식자재를 개별 포장이 아닌 벌크 판매 방식으로 바꿔가는 가게들도 생겼다. 정 대표는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고 강요하기보다 동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안 될 거야’ 하는 것을 실제 해보면서 ‘해볼 만하네’로 바뀌는 경험의 시작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동네 사람이 만들어온 변화를 2021년에 작은 책으로 펴냈다. 유어보틀위크 아카이빙 북 <일주일만 해보면 어떨까요>엔 참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그는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고 즐겁기도 하다’는 것과 ‘앞으로도 해볼 수 있겠다’는 참여자들의 활기찬 의지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채우장이 열리지 못하면서 지난해 카페에 식자재 무포장 판매대를 마련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지고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지만 배달, 새벽 배송, 밀키트 등으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더 늘어나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집 가까운 곳에서 식자재를 쉽게 사서 한 끼 해먹을 수 있게 제안해보자는 뜻에서 카페 안에 판매코너를 만들었다. 그는 “손님들에게 일회용품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는 식생활방식을 제안하기 위해 물품들을 직접 써보기도 하며 신중하게 판매 물품을 정한다”고 했다.

기증받은 텀블러들.

보틀팩토리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해볼 수 있게 모바일 앱 ‘보틀클럽’도 만들었다. 다회용품을 사용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모은 포인트로 앱에서 나무를 키우거나 제로웨이스트 물품도 살 수 있다.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정보도 얻는다. 정 대표는 “일상 실천을 기록하며 재미를 더해 습관화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가고 있다”고 했다.

예비 사회적기업인 보틀팩토리는 올해부터 모바일 앱 활용 등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더 힘을 쏟을 생각이다. 이제는 환경 활동가가 아닌 ‘소셜디자인’ 기업가로서 일회용품을 덜 쓰는 일상을 계속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건물 입주자들이 앱을 활용해 행동을 바꿔나가고, 그 변화를 측정해 습관이 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을 컨설팅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그간 다져온 토대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접근해보려 한다”고 했다.

정 대표가 그간 걸어온 길을 보면 일회용품 문제 해결에 대한 그의 진심이 읽힌다. 대학 졸업 뒤 대기업에서 브랜딩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제품 패키지가 어떻게 하면 잘 버려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공부했다. 2017년 6개월 동안 일회용 컵 쓰레기 수집, 운반, 선별, 재활용 과정을 따라가보고 재활용률이 5% 남짓으로 아주 낮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는 “일회용품 문제를 꼭 풀어보고 싶어 진정성 있게 변화를 모색해왔다”며 “당장 해결되지는 않지만, 일회용품을 썼던 시기가 이상한 과거가 되도록 꼭 바꾸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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