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대통령의 사법개혁 중재안도 단칼에 거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통령이 내민 사법개혁 조정안을 단칼에 거부했다. 석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반정부 시위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내전’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전국으로 방영되는 TV 연설에서 “내전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심연은 지척에 있다”며 사법개혁 중재안을 내놨다.
헤르조그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안에 따르면, 의회는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다만 판사들 역시 이스라엘 연성헌법인 ‘기본법’을 무력화할 수 없고, 이 기본법은 의회에서 단순 다수가 아닌 압도적 다수의 동의를 거쳐 채택된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사법 선출위원회를 장관 3명, 고등법원장 1명, 판사 2명, 대법원장과 법무장관이 지명한 공무원 2명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타협안은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내건 사법개혁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를 절충했다고 볼 수 있다.
네타냐후 정부의 개혁안은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막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 위원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사법 선출위원회 위원 수를 11명으로 늘리면서 이중 장관급 3명, 의회 의원 3명(여당 2명), 법무부 장관 지명 대표 2명, 대법원 판사 3명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돼, 여당이 대법관 인사를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같은 개혁안은 사법권 무력화라는 비판과 더불어,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을 피하기 위한 네타냐후의 꼼수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예비군과 재계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미국도 사법개혁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처럼 나라가 둘로 쪼개질 위험에 처하자 이스라엘에서 사실상 명예직에 가까운 대통령까지 나서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이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이는 대통령의 안이 아니다. 국민의 안”이라며 “승리하는 편도, 지는 편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단번에 거부했다. 그는 헤르조그 대통령의 발표 직후 “불행히도 연정 대표들이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타협안의 중요 요소는 단지 현 상황을 지속시킬 뿐 균형을 가져오지 못한다. 이것이 불행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네타냐후 연정이 극우 세력의 입김을 이기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특히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이 대법원을 완전히 재편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시 푹스 연정비서관도 트위터에 “대통령의 계획에 연정의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결과 헤르조그 대통령이 두 달 동안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 낸 타협안이 “도착하자마자 죽었다”고 하레츠는 평가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메라브 미카엘리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거부를 두고 “그는 사법 개혁이 아닌 사법 전복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15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안팎에 모여 독일 방문길에 오르는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했다. 이들은 공항 기둥 등에 ‘독재자가 도망간다’, ‘돌아오지 말라’ 등 구호를 내걸고, 공항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 진입을 방해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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