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 없는 도쿄돔···무엇이 ‘3만5천 관중’을 불렀나
일본 야구팬은 물론 일본 언론도 큰 관심을 가질 만한 경기는 사실 아니었다. 월드베이스클래식(WBC) A조 1위 쿠바와 B조 2위 호주가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인 8강전. 이날 경기에서 쿠바가 호주를 4-3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일본 언론이 주목한 것은 도쿄돔 관중석이었다.
쿠바-호주전에는 관중 3만5061명이 입장했다. 16일 인터넷판에서 전날 경기 관중석 풍경을 전한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대회 자체에 축제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 중 하나로 각 팀이 보인 ‘페어플레이’와 신사적인 행동을 지목했다.
이를테면 B조 1라운드 체코-일본전에서 체코 선수들이 패전하고도 경기 뒤 일본 선수들에게 박수로 경의를 표하고, 관중석의 일본 팬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낸 것이 대표적 장면. WBC를 근거리서 지켜보던 일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얘기였다.
실제 도쿄돔에는 모국 호주와 쿠바를 응원하는 팬들뿐 아니라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입장한 일본인 관중도 매우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은 야구로는 만나기 어려운 낯선 국가 대표팀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관중석을 채울 수 있던 또 다른 힘은, 일본 팬들에게 외국인선수로 익숙한 이름들이 쿠바 대표팀에 포진해있었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에는 주니치에서 뛰는 야리엘 로드리게스가 쿠바 선발로 나온 데 이어 소프트뱅크에서 뛰는 리반 모이넬로와 라이벨 마르티네스가 각각 8, 9회를 이어 던졌다. 여기에 쿠바 4번타자로 나온 알프레도 마르티네스는 2017년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홈런·타점 부문 2관왕으로 소프트뱅크에서 뛴 이력이 있다.
응원 열기에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양 팀 선수와 관계자들이었다. 경기 뒤 호주야구협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 밤 경기와 대회 내내 이어진 응원에 감사드린다. 도쿄돔 곳곳에서 응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기뻤다. 정말 굉장했다”고 전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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