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바둑자문 윤세아母…‘한국 여성바둑 역사’ 산증인

이가영 기자 2023. 3. 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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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세아 어머니 김상순씨가 바둑을 두는 모습(왼쪽),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가 바둑을 두는 장면. /윤세아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 바둑 자문을 맡은 이가 배우 윤세아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윤세아의 어머니 김상순씨는 한국 여성바둑의 역사를 다룬 논문에도 등장할 만큼 바둑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세아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성함이 새삼스레 가슴에 콕 박힌다”며 ‘더 글로리’의 엔딩 크레딧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엔딩크레딧에는 ‘바둑자문 대한바둑협회 유경민, 정재우, 하호정, 김상순’이라고 적혀 있다.

윤세아는 “초대여류국수를 지내고 평생을 바둑계에 몸 담아온 어머니가 ‘더 글로리’ 바둑 자문으로 함께 했다”며 “다부진 자세로 바둑을 두던 ‘동은(송혜교)’에게서 사진으로 보던 엄마의 젊은 모습이 아른아른 겹쳐 보인다”고 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문동은은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의 남편 하도영(정성일)에게 접근하기 위해 조력자 주여정(이도현)에게 바둑을 배운다.

윤세아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당신은 ‘행복하다’하는 어머니, 또 다시 태어나도 ‘꼭 바둑을 하겠다’는 엄마.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김상순, 여성바둑 태동기에 나타난 강자

윤세아(왼쪽)와 모친 김상순씨. / 윤세아 인스타그램

2012년 명지대학교 대학원 바둑학과 조선오씨의 석사 학위 논문 ‘현대 한국 여성바둑의 발전과정’에 따르면 김상순씨는 1970년대 여성 바둑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여자가 바둑을 두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1963년 해방 이후 최초로 조선일보사에서 여류바둑대회가 열려 갑조‧을조에서 조영숙, 윤희율씨가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파격적인 행사였으나 1회에 그쳤고, 이후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유명세가 지속됐다.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1974년 한국경제신문‧일요신문이 ‘제1회 여류국수전’을 개최했다. 예상외로 일반 바둑팬들의 관심을 받아 KBS에서 보도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조씨와 윤씨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인물이 바로 윤세아의 어머니 김상순씨였다. 논문은 “김상순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조영숙과 윤희율의 독주 시대에 새로운 여성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졌다”고 표현했다. 이어 “한국 여성바둑의 계보는 70년대 조영숙‧윤희율의 시대에서 김상순‧황정경의 활약시대로 이어진다”고 했다.

2022년 6월 18일 열린 제47회 하림배 전국아마여자국수전에 내빈으로 참석한 김상순(오른쪽에서 세번째) 초대 여자국수. /대한바둑협회

여류국수전은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와 권위 있는 대회로 자리 잡게 되었고, 김씨는 그 대회의 1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여성 바둑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한국여성기우회 창립도 주도했다. 현재는 한국여성바둑연맹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 단체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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