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로 고통받는 경비원 등 아파트 노동자

직장갑질119, 경비·청소 등 노동자 심층면접 결과 공개
각종 비하 발언에 고용 불안...1개월짜리 근로계약서도

연합뉴스

 

#. 정화조가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서 끓어올라 청소가 필요하다며 경비복을 입은 상태로 정화조로 내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어디인 줄 모르고 작업하라고 해 장화도 안 신고 내려가 분뇨가 발목까지 찼다. 당시에는 분뇨인 줄도 모르고 1시간 넘게 작업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밖으로 나와서야 분뇨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위 ‘똥독’이 올라서 2주 넘게 약을 바르며 치료했다.

#. 괴롭힘의 내용은 자존심 상하게도 ‘너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대놓고 한다. 비하하는 발언을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특정되지 않고, 나이 많은 사람이 더 그런다. 40~50대의 남자이든 여자이든. 

이달 들어 서울 대치동의 아파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공동주택 노동자의 갑질 피해 사례가 공개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0월 경비노동자 5명, 청소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명 등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갑질 내용은 ▲폭언을 듣거나 무시당하는 경우 ▲입주민이 관리사무소 등에 찾아가 해고를 종용하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의 용역업체 변경 등에 따른 실업 ▲입주자 등의 관리비 미집행에 따른 임금 체불 ▲직접 근로관계가 아닌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로부터 업무 외 지시를 받은 등이었다. 

이들 모두는 입주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례별로는 ▲고성·모욕·외모 멸시 ▲천한 업무라고 폄훼 발언 ▲부당한 업무지시와 간섭 등이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경비노동자 모두는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받았으며 1개월 단위의 근로계약 작성 사례도 있었다. 청소노동자와 전실 및 관리소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특히 입주민이 단기계약 해지를 이용, 노동자 교체를 요구하면서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면접 참여자 중 4명은 입주민들로부터 교체 요구, 해고 종용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또 2명은 실제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간접고용 구조’에서의 ‘초단기 근로계약기간 설정’이라는 관행에서 이같은 부당행위가 빚어진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는 공동주택 노동자 보호를 위해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 강화(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급인으로 확대) ▲갑질하는 입주민 제재 ▲입주민 갑질에 대한 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의 보호 체계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 적용 대상을 입주민, 원청회사 등 특수관계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3개월, 6개월 단위의 초단기 근로계약, 관리회사에 경비회사까지 있는 다단계 고용구조, 수많은 갑들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으며 노동자들은 너무나 쉽게 갑질에 노출된다"며 “가해자 처벌이 너무 약하고, 고용불안 때문에 갑질에도 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주민, 관리소장 등의 갑질 방지 및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고용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만 갑질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