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8자 춤’은 ‘내비게이션 대화’…비행정보, 지형정보 전달

조홍섭 2023. 3.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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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캄캄한 벌통의 수직 벽 위에서 동료들에 둘러싸여 배를 심하게 흔드는 '8자 춤'을 춘다.

니에 교수는 전문가 매체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연구는 꿀벌은 어떻게 8자 춤을 추는지에 관한 지식을 일부 타고나지만 춤을 더 잘 추는 법을 배우려면 경험 많은 꿀벌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곤충이 소통을 위해 복잡한 사회적 학습을 하는 첫 사례로 동물 문화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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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꽃과의 거리와 방향 넘어 주요 지형 정보도 포함 밝혀져
벌통에서 멀리 풀어놓아도 좌표계 위치 따라 목표 찾아가
‘8자 춤’ 타고나지만 경험자 학습 못 하면 오류 많아…‘동물 문화’
배를 심하게 흔들며 8자 춤을 추며 밀원의 거리와 방향, 질 등을 알리는 꿀벌(가운데). 주변의 동료가 이를 따라 하며 정보를 전달받는다. 히더 브로카드-벨 제공.

꿀벌은 캄캄한 벌통의 수직 벽 위에서 동료들에 둘러싸여 배를 심하게 흔드는 ‘8자 춤’을 춘다. 밀원에서 돌아오는 벌들이 잇따라 추는 이 춤이 꽃의 위치와 거리를 알리는 소통 행동이라는 사실은 1960년대부터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꿀벌의 춤이 단순 비행 정보를 넘어 풍부한 지형 정보를 담고 있으며, 사회적 학습을 통해 세대를 거쳐 전달된다는 일련의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왕 정웨이 중국 과학아카데미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16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꿀벌은 동료의 춤으로부터 꿀 따는 위치를 추론할 수 있는 풍부한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꿀벌은 8자 춤에 담긴 단순 위치 정보를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디에서도 목표를 찾아내는 능력을 보유한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등에 소형 레이저 응답기를 부착한 꿀벌들을 이들이 벌통을 떠나기 직전 포획해 수백m 떨어진 엉뚱한 곳에 풀어놓는 실험을 했다. 꿀벌 춤이 지시하는 곳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벌들이다.

낯선 곳에서 풀려난 꿀벌은 애초 벌통에서 꿀벌 춤이 가르쳐 준 방향과 거리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곳에 꽃이 없자 꿀벌들은 이리저리 탐색하다가 결국 꽃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실험 배치도(A) 레이더와 벌통(R/H), 먹이(F). 정상적인 꿀벌이 8자 춤을 보고 먹이를 찾아간 궤적(B). 초록 세모는 출발점, 노랑 세모는 비행 종착점을 가리킨다. 벌통에서 수백m 떨어진 곳(R5)에 풀어놓은 꿀벌의 궤적(C). 처음엔 8자 춤의 지시대로 갔다가 지형을 보고 먹이로 향한다. 왕 외 (2023) ‘PNAS’ 제공.

왕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벌통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풀어준 꿀벌이 밀원을 찾아간 궤적을 보면 마치 지도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형을 숙지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 풀어놓더라도 자신이 어디 위치하는지 좌표계에서 알 수 있기 때문에 목표지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꽃에서 돌아온 꿀벌은 8자의 두 고리가 만나는 곳에서 배를 흔들며 직진하는데 그 방향은 꽃이 어느 방위에 있는지 가리키고 그 거리나 시간은 꽃까지의 거리를 가리킨다. 정보를 전달받은 꿀벌은 밀원에 나갔다 돌아와 이번엔 춤으로 정보를 넘겨주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자들은 꿀벌의 춤이 단순한 비행 지시가 아니라 먹이가 어디 있고 어떻게 그곳으로 가는지에 관한 ‘내비게이션 대화’의 일부라고 밝혔다. 논문은 “꿀벌은 사람을 빼고 순항 정보를 상징적인 형태의 정보로 소통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적었다.

꿀벌의 8자 춤이 꽃의 방향과 거리를 가리키는 원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편, 꿀벌이 8자 춤을 추는 기본적인 능력을 타고나지만 학습을 통해 배워야 정확해지고 그 내용을 다음 세대로 전수한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제임스 니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나이 든 꿀벌로부터 8자 춤을 추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같은 나이의 젊은 벌들로 봉군을 구성한 뒤 이들이 나중에 어떤 8자 춤을 추는지 관찰했다. 경험 많은 꿀벌의 춤을 보고 배운 봉군에 견줘 이들의 춤은 밀원까지의 거리와 방향 등에 관한 정보에 오류가 많았다.

8자 춤을 추는 꿀벌을 다른 꿀벌이 다가들어 배우고 있다. 학습이 춤의 정확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동 시하오 제공.

니에 교수는 전문가 매체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연구는 꿀벌은 어떻게 8자 춤을 추는지에 관한 지식을 일부 타고나지만 춤을 더 잘 추는 법을 배우려면 경험 많은 꿀벌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곤충이 소통을 위해 복잡한 사회적 학습을 하는 첫 사례로 동물 문화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130681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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