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멸종위기 1급 '산양'이 그물에 걸려 죽어간다
강원 양구에는 산양증식복원센터가 있다. 산양이 천연기념물 217호이다 보니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양구군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 직원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당장 출동해야 하는 산양 구조 요청 전화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양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는 대부분 폭설이 내릴 때다. 눈 속에 파묻혀 며칠씩 먹이 활동을 못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산 아래 도로 근처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농사용 밭 그물이 산양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멧돼지나 고라니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쳐놓았는데 엉뚱하게 산양에게 불똥이 튄 거다. 암수 모두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있다 보니 산양에게 그물은 더 위험하다.
그물에 걸린 산양…구조 요청 신고 잇따라
산양을 위협하는 그물은 밭 주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강에 쳐놓은 그물도 산양의 생명을 노리는 위험물이다. 일단 걸리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다. 구조 여부가 생사를 가르는데, 얼마나 빨리 발견돼 신고가 들어오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5월 24일 양구 소양강에서 그물에 걸린 산양 1마리가 발견됐다. 산양이 강 속으로 들어갔다 걸린 게 아니다. 물 먹으러 강으로 내려왔다가 물 밖으로 드러난 그물에 사고를 당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강 속에 있던 그물이 물 밖으로 나온 거다. 그물에 걸린 산양은 3살짜리 암컷이다. 사고를 당한 지 얼마 안 된 듯 날뛰는 힘이 넘쳤다. 구조대원들이 그물에서 꺼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다행히 다친 곳이 없고, 탈진도 아주 심한 상태가 아니어서 건강을 회복했다. 산양증식복원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강원 5개 시군에서 산양 7마리 구조
산양을 위협하는 밭 그물은 머리와 목이 들어갈 만큼 그물코가 큰 김 양식용 그물이 대부분이다. 밤낮으로 구조 현장으로 달려가는 양구군청 안재용 주무관은 "산양처럼 뿔이 있는 동물은 제일 먼저 그물에 뿔이 걸리고 빠져나오려고 움직일수록 얼굴과 목까지 감긴다"며 "탈진되거나 호흡을 못 하고, 상처가 깊어져 폐사를 한다"고 말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인 데다 지난 2005년부터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됐다. 경사가 가파른 산악지역 중에서도 바위가 있어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힘든 험한 곳에 산다. 가을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5~6월에 새끼 1~2마리를 낳는다. 소과에 속하는 종으로 전 세계에 6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은 중국 동부, 시베리아 남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산양과 같은 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설악산을 비롯해 민통선과 울진, 삼천 지역이 대표적 서식지다. 풀이나 나뭇잎, 나무 열매, 이끼, 침엽수 가지 등 초본식물 258종을 먹이로 먹는다. 10월 말쯤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고산대에서 서서히 산 아래로 내려와 해발 300~400m까지 이동한다. 산양증식복원센터장 조재운 박사는 "봄에 새순과 풀이 산 아래쪽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하면 산양이 먹이를 따라 다시 산 위로 올라가 여름엔 주고 아고산대에서 산다"고 말했다.
산양 복원 2007년 시작…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서식 목표
산양 보호 대책 마련 서둘러야
멸종위기종 1급 산양이 밭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설악산에서 속리산까지 확산된 산양 서식지 복원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더 많은 산양이 그물에 걸려 죽기 전에 채소밭 피해도 줄이고, 산양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개체수 증식에 앞서 산양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다. 밭 그물 사고에 뒷짐을 지고 있는 건 산양에게 지뢰밭을 알아서 피해 다니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이용식 기자y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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