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모도 잡고, 다르빗슈 쉽게 치고"…日 기자가 '혀 내두른' 韓 최고의 투·타 [MD도쿄]

2023. 3. 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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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투수는 박세웅, 타자는 강백호"

이강철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대표팀은 지난 13일을 끝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 첫 상대 호주에 7-8, 일본에 4-13으로 패하며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체코를 7-3, 중국을 22-2로 무너뜨렸으나 결과는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마운드와 타선, 그리고 경기 운영 등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대회였다. 특히 그동안 포커스를 맞춰왔던 호주전의 패배는 충격적이었으며, '숙적' 일본전은 참담했다. 2009년 WBC 이후 무려 14년 만에 '콜드게임'을 당할 뻔했다. 몇 안 되는 위안거리 중 하나는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운 것과 일부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마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단연 박세웅(롯데 자이언츠)다. 박세웅은 지난 10일 일본과 맞대결에서 4-13으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9명을 내고도 13점을 내준 상황에서 '콜드게임'이라는 수모만큼은 피하고자 박세웅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세웅은 지난 7일 한신 타이거즈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낼 만큼 컨디션이 좋았던 상황.

이강철 감독은 박세웅을 선발 후보로 점찍은 듯했으나,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박세웅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박세웅은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박세웅은 안타 1개, 볼넷 1개만 내줘도 '콜드게임'을 당할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9회에는 마키 슈고(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나카노 타쿠무(한신 타이거즈)-오시마 타구미(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연달아 잡아내며 1⅓이닝을 투구수 11구로 묶어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세웅은 일본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뒤 하루의 짧은 휴식만 취하고 12일 체코를 상대로 선발로 출격했다. 박세웅은 최고 150km의 빠른 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4⅔이닝 동안 투구수 59구,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엄청난 투구를 남겼다. 상대가 어떠한 팀이었든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은 분명했다.

일본 '풀카운트'의 익명을 요구한 기자는 '마이데일리'와 16일 대화 중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돋보였던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투수 쪽에서는 주저 없이 박세웅을 꼽았다. 한국의 경기를 모두 지켜봤던 '풀카운트' 기자는 "컨트롤은 물론 구위도 좋았다. 특히 체코전에서는 슬라이더가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5년 연속 30홈런을 기록 중인 오카모토를 잡아낸 것은 대단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계속해서 '풀카운트' 소속의 기자는 "도쿄올림픽에서의 활약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는 분명 달랐다"며 "최고 구속이 150km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말 좋은 공을 뿌리더라"고 말했다.

타선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아닌 강백호(KT 위즈)를 선택했다. 강백호는 B조 조별리그 1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해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던 과정에서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며 아웃되는 '본헤드' 플레이를 저질렀지만, 타격 능력 만큼은 뛰어났다. 강백호는 이번 WBC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내는 등 7안타(2루타 2개) 2타점 3득점 타율 0.500 OPS 1.143을 기록했다. 특히 타율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함께 B조 1위였다.

해당 기자는 "세리머니사(死)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매우 좋았다. 이정후는 좋은 타자라는 것이 이미 알려진 타자였기 때문에 제외했다"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을 공략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특히 컨택능력이 정말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강백호에 대해서는 '키요미야 코타로(니혼햄 파이터스)와 고교시절 한·일 라이벌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 그 선수가 강백호였느냐"며 "정말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다르빗슈의 공을 무척 쉽게 치는 느낌이었고,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뽑아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호주전 또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지만, 타격 능력만큼은 정말 좋았다"고 평가했다.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아쉬움 속에 일본 기자도 칭찬을 쏟아낼 만큼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선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위안거리였다.

[선발투수 박세웅이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체코의 경기 5회초 2사 2루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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