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따라 ‘강남’ 가는 한국야구[WBC의 눈물 ③]
한편으론 운도 나빴다. 지난 2월 야구 대표팀뿐 아니라 프로야구 6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 날씨는 최악이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훈련한 한 베테랑 선수는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캠프에서 훈련했던 지난 2년보다 나을 게 없었다. 너무 추웠다. 날씨 좋기로 유명한 애리조나 환경이 그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이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진 것이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호주 시드니(두산), 일본 오키나와(삼성), 괌(롯데), 플로리다(SSG) 등 각각의 소속팀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은 2월 중순 대표팀 소집에 맞춰 미국 애리조나로 이동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는 불편한 동선을 그려야 했다.
이정후(키움)는 대표팀 해단 뒤 팀에 합류한 지난 15일 “이동할 때는 저 또한 힘들었는데, 그래도 저는 젊어서 괜찮았지만 선배님들은 더 힘드셨을 것”이라고 지난 한 달을 돌아보기도 했다.
한국야구는 현역 프로야구 감독 가운데 대표팀 감독을 발탁하던 중 기피 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전임 감독제로 돌아섰다가 사실상 회귀한 상태다. 타협점이라면 대표팀 지휘봉을 받는 현역 감독과 해당 팀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월드베이스클래식(WBC) 준비 과정이라면 캠프 장소까지 고려하는 것이었다. 이번 대표팀이 이강철 감독의 소속팀 KT 훈련하는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이유다.
그러나 사실, 언젠가는 터질 ‘미봉책’이었다. 예컨대 같은 식이라면, 현재 호주 시드니에 스프링캠프에 차리고 있는 두산 사령탑이 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9개구단 선수들이 모두 스프링캠프 중반 남반구 호주 땅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WBC 준비만 보자면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
대표팀 경기라면 대표팀을 위한 준비가 돼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전임감독제를 포기한 것은 2020 도쿄올림픽을 비롯한 최근 대회 결과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가성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KBO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그런 문제도 있지만, 선수들을 끌어가는 리더십을 보더라도 현역 감독이 조금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도 감안했다. 전임감독제를 이어가지 않은 이유가 단순하지만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표팀 대회라면 준비 과정부터 해당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에 맞춰줘야 한다. 다른 가치가 하나둘씩 개입이 된다면 이번 WBC 대표팀이 애리조나에서 훈련하며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것처럼 배가 산으로 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실 정답에 가까운 답안은 일본 대표팀 운영에 있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브랜드로 야구 대표팀을 거의 상설 운영하고 있다. 친선 게임을 유치해 대표팀 경기 횟수를 늘리다 보니 전임감독도 투자한 만큼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일본 대표팀 사령탑인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2021시즌 이후 니혼햄 파이터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2022년부터 대표팀을 맡고 있다. 구리야마 감독은 올해도 일본 주요 매체 신년 인터뷰를 장식하며 대표팀 홍보에도 최우선에 섰다.
이번 WBC에서 실패했다고 그저 다음 대회만을 쳐다볼 때는 아니다.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는 대표팀 중장기 운영 계획을 세울 시점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는 결과 이상으로 과정의 아쉬움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9일 호주전, 3월10일 일본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준비를 충분히 못 하고 패전한 느낌이어서 KBO리그 그라운드에도 잔상이 진하게 남는 봄. 전임감독제든 또 무엇이든 대표팀을 위한 대표팀의 그림을 다시 그릴 시간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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