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살펴본 '배구여제' 김연경의 위대함[웰뱅톱랭킹]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요즘 유행하는 챗GPT에게 물었다. ‘배구에서 아웃사이드 히터가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요’. 챗GPT는 한참을 설명했다.
챗GPT가 나열한 덕목은 이랬다. 강하게 때려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강력한 타격(Powerful hitting)’, 코트 특정위치에 공을 보낼 수 있는 정확한 타격(Accurate hitting)‘, 빠르게 반응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빠른 반응시간(Quick reaction time)‘, 최고점에서 위력적으로 공을 때릴 수 있는 ’점프력(Jumping ability)‘, 경기를 읽고 팀 전략이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 그리고 팀원들과 소통하고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좋은 의사소통 기술(Good communication skills)‘ 등이다.
길게 설명하긴 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모든 것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V리그에서 과연 이런 선수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뿐이다.
김연경의 위대함은 종목별 공식기록을 바탕으로 선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신개념 선수 평가 시스템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웰뱅톱랭킹은 2017년부터 웰컴저축은행이 프로야구와 배구를 통해 선보인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반대로 보면 김연경은 각 팀에서 공격을 이끌다시피 하는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V리그에 복귀해 한시즌을 소화했던 2020~21시즌 당시 웰뱅톱랭킹 전체 2위(1위는 디우프)였던 것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활약이다.
특히 이번 시즌 웰뱅톱랭킹 4위가 더 놀라운 것은 외국인선수 팀동료 옐레나(3533.4점·전체 2위)에게 공격 지분을 많이 넘겨줬음에도 이런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실질적인 팀 기여도는 단순히 보이는 공격수치보다 훨씬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총득점(669점)은 니아 리드(페퍼저축은행·717점)에 뒤진 전체 5위다. 하지만 공격종합 순위는 김연경이 단연 리그 탑이다. 공격종합은 공격성공률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김연경은 45.76%로 2위인 모마(GS칼텍스·43.74%)에 2% 이상 앞서있다. 그나마 리그 전체에서 40%를 넘긴 선수는 김연경을 비롯해 모마(GS칼텍스·43.74%), 옐레나(흥국생명·42.84%), 엘리자벳(KGC인삼공사·42.60%), 강소휘(GS칼텍스·40.81%) 등 단 5명 뿐이다. 김연경이 때렸을 때 다른 선수들보다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것은 ’공격효율‘이다. 김연경은 16일 현재 공격효율이 37.73%에 이른다. 공격효율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공격효율은 잘 알려진 공격성공률보다 공격의 효율성을 더 강조한 기록이다. 공격성공률은 ’공격 성공 개수/공격 시도 개수‘로 단순하게 산출된다. 반면 공격 효율은 공격 범실이 추가된다. ’(공격 성공 개수-실점이 된 공격)/공격 시도 개수‘로 계산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점이 된 공격은 범실이나 상대 블로킹에 막혀 점수를 내준 것을 의미한다.
즉, 공격수가 공격을 성공해 득점 1점을 낸 것과 공격 범실을 범해 실점 1점을 헌납하는 것이 같다고 보는 것이다. 공격수가 팀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공격 효율의 최대값은 공격 성공률과 같다. 범실로 점수를 뺏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물론 그런 선수는 없다. 스포츠에서 범실은 불가피한 요소다. 대신 그런 요소를 최소화하는게 실력이다. 공격 효율이 높고, 공격성공률과 공격 효율의 차이가 적은 선수가 더 훌륭한 선수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반대로 공격 효율이 낮다면 득점을 올려도 팀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김연경에게 돌아가보자. 김연경은 16일 기준 공격효율면에서 37.73%에 이른다. 역시 단연 1위다. 전체 2위인 모마(30.30%)나 팀내에서 김연경보다 더 많은 득점을 책임진 옐레나(29.53%)보다도 훨씬 높다. 득점 1위를 달리는 엘리자벳의 공격효율은 26.34%에 머물러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하고 공격성공률도 리그 4위(42.60%)인 엘리자벳은 동시에 범실(160개)과 블로킹 실점(174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1333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런데 블로킹에 막히거나 범실로 끝난 것은 107개에 불과하다. 전체 공격의 겨우 8.0%에 불과하다. 참고로 공격종합 10위 이내 선수들의 같은 수치는 13.00%였다.
리시브를 많이 받는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보면 리시브 능력이 떨어져 상대 서브의 집중 타켓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수치는 리시브 효율이다. 김연경은 46.80%로 리그 전체 9위다. 리시브효율은 세터 위치 1m 이내에 리시브가 떨어지는 경우를 ’정확‘, 3단으로 세터의 토스로 이어지지 않고 바로 상대 진영으로 넘기거나 2단 공격을 하는 상황을 ’실패‘로 규정한다. 리시브 성공에서 리시브 실패 수를 뺀 뒤 이를 전체 리시브 개수로 나누면 리시브 효율이 나온다.
리시브 효율 상위 10위 안에 든 선수들을 보면 수비형 레프트나 리베로가 대부분이다. 5위 이소영(KGC인삼공사·49.42%)과 6위 산타나(IBK기업은행·48.87%) 정도가 주공격수이면서 리시브에 적극 참여한다. 하지만 이 두 선수는 공격 효율 면에서 김연경에 크게 못미친다. 이소영의 공격효율은 23.11%, 산타나는 24.72%다.
배구를 오로지 기록이나 숫자로만 표현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시즌 중 감독 교체 파문으로 큰 홍역을 앓았던 흥국생명이 오히려 상승세를 타 여자부 1위로 올라선 것은 수치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감독이 없었음에도 흥국생명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코트 위 지휘관‘ 역할을 한 김연경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른바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와 ’좋은 의사소통 기술(Good communication skills)‘ 영역이다. 이는 신개념 선수 평가 시스템인 웰뱅톱랭킹에서도 반영하기 힘든 부분이다.
김연경은 말그대로 코트 안팎에서 고군분투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하드캐리했다. 아본단자 신임 감독이 부임하기 전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 5라운드에서 흥국생명은 5승 1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김연경의 득점은 123점으로 오히려 옐레나(120점)보다 많았다.
김연경의 대단함을 보여주는 수치는 이것 외에도 수두룩하다. 1988년생으로 만 35살인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더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선수라도 끝은 있게 마련이다. 김연경도 언젠가는 코트에서 팬들과 작별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엔 지금 너무 잘하고 있고 아깝다.
웰뱅톱랭킹은 배구(V리그)를 비롯해 프로야구(KBO리그)와 프로당구(PBA)에서 종목별 공식기록을 바탕으로 선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신개념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포지션 부문 랭킹 차트와 함께 선수 개개인 점수 현황까지 웰뱅톱랭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V리그를 중계하고 있는 방송사(KBS N스포츠, SBS스포츠)에서도 웰뱅톱랭킹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배구 팬 뿐 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선호하는 해설진과 함께 더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V리그의 경우에는 여자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웰뱅톱랭킹이 이제는 배구팬들로부터도 대표적인 기록과 선수 평가지표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배구연맹(KOVO)와 함께 선수 개인 항목인 공격, 서브, 블로킹, 세트, 리시브, 디그 등을 포함하고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플레이를 점수화해 선수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이 배구팬들로부터 흥미를 이끌어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남자부의 경우 10월, 11월 평균시청률이 KBS N스포츠 0.44%, SBS 스포츠 0.37%인 반면 여자부는 KBS N스포츠0.78%, SBS 스포츠 0.90%으로 두배를 웃돌고 있다. 웰뱅톱랭킹이 여자배구의 인기와 흥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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