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심정 표현하듯… ‘격정의 교향곡’[이 남자의 클래식]

2023. 3.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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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3년 3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고향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모차르트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음악 신동(神童)' 모차르트가 6세 때부터 이 나라 저 나라를 돌며 10년간이나 이어왔던 연주 여행은 오로지 연주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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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모차르트 제25번 G단조 K183
6세 때부터 10년간 연주여행
대주교는 “궁정악사로 봉직” 命
의무 다하려 부당한 대우 감내
어두운 단조 사용, 1773년 완성

1773년 3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고향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모차르트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음악 신동(神童)’ 모차르트가 6세 때부터 이 나라 저 나라를 돌며 10년간이나 이어왔던 연주 여행은 오로지 연주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잘츠부르크라는 작고 답답한 도시를 탈출해 보다 큰 세상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일종의 구직 여행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참 많이도 컸네” “네가 눈가리개를 하고서도 멋지게 연주를 해냈다던 그 유명한 모차르트구나”라는 미지근한 반응만 보일 뿐, 이제 17세의 청년으로 훌쩍 커버린 모차르트는 왕이나 귀족들에게 더 이상 신기함과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궁정악장으로서의 초빙도 두둑한 보수를 보장하는 작품의 의뢰도 없었다. 게다가 고향 잘츠부르크의 상황은 여행에서 돌아온 사이 더 나빠져 있었다.

콜로레도라는 이름의 대주교가 새로 부임해 왔는데, 그는 이전에 잘츠부르크를 통치하던 대주교만큼 모차르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콜로레도 대주교는 ‘이제 국위선양은 그만하면 됐으니 모차르트는 앞으로 궁정악단의 악사로서 성실하게 봉직하라’는 명을 내렸다. 콜로레도 대주교는 자리를 비우고 밖으로만 나도는 모차르트가 내심 못마땅했던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모차르트의 음악들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웅장한 구석이 있으니 앞으론 교회의 미사를 위한 음악들도 보다 간결하고 소박하게 쓸 것과, 화려한 오페라나 웅장한 교향곡 대신 디베르티멘토(귀족들의 오락을 위해 연주되었던 희유곡) 같은 자신의 연회를 위한 아기자기한 작품을 쓸 것을 지시했다.

모차르트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작품들을 작곡해야 했고 일개의 궁정악단 수석 바이올린 주자로서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라야만 했다. 보통의 음악가였다면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기고 묵묵히 수행해 나갔겠지만 모차르트는 달랐다. 이미 6세에 합스부르크의 테레지아 여왕을 알현하고 뮌헨·프라하의 군주들 앞에서 시연을 펼치며 총애를 받았던 모차르트 아닌가. 천재 음악가에게 이런 대접과 지시사항들은 모욕이고 노역일 뿐이었다.

이 시기 모차르트는 부당한 대우에 분노라도 하듯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어둡고도 격정적인 ‘교향곡 제25번 G단조, K183’을 작곡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천진난만한 순수함으로 대변된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대부분은 밝은 분위기의 장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교향곡에서 모차르트는 자신의 억눌린 심정이라도 표현하듯 지금껏 교향곡에선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무겁고 어두운 단조를 사용한다.

스타일 면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가스만이나 하이든 같은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독자적인 색채와 스타일의 교향곡을 펼쳐냈다.

모차르트의 작품 목록에 올라와 있는 41개의 교향곡 중 단 두 곡만이 단조로 작곡되었는데 보다 규모가 큰 ‘교향곡 제40번 G단조’ 교향곡과 비교해 17세에 작곡한 ‘교향곡 제25번 G단조’는 ‘작은 사단조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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