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대표팀 부진이 열어준 공론의 장, 더 활발해져야 KBO리그가 산다[취재석]
장강훈 2023. 3. 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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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이 3회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대표팀 경기력, 나아가 KBO리그 경쟁력을 두고 각계에서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WBC 대표팀의 부진이 KBO리그를 커다란 토론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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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3회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드러난 것만 보면 긍정적이다. 파도가 꽤 거세다.
대표팀 경기력, 나아가 KBO리그 경쟁력을 두고 각계에서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야구는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스포츠여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생각 또한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야구 원로들이나 은퇴한 레전드들, 선수들의 시각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혹자는 아마추어 시스템을, 또다른 이는 프로 자체의 경쟁력을 개선점으로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수출신은 투수편에서, 타자는 타자편에서 사안을 바라보니, 의견이 충돌되는 경우도 있다.
팬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반전문가인 팬도 있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특정 팀이나 선수를 응원하는 시각은 리그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를 수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생각의 차이인만큼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하는 건 장려할 문화다. 어쨌든 KBO리그는 프로스포츠이고, 리그를 구성하는 커다란 축 가운데 중추 역할을 하는 집단이 팬이다. 일부 거친 표현이나, 맹목적인 의견도 있지만 이 또한 야구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합당하다.
이번 WBC 대표팀은 ‘할 말은 하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했다. 다소 왜곡된 사례도 있고, 부풀려진 발언도 있지만, 어쨌든 이전 대표팀에 비해 각자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십 수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선수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은퇴’를 선언하고, 팬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는 것 역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 과거엔 금기시되다시피 했지만, 2023년엔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활발한 공론장은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된다.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만큼 이상적인 의사결정 과정도 없다. 원래 토론이라는 게 서로 가진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 더 나은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WBC 대표팀의 부진이 KBO리그를 커다란 토론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문제는 앞다투어 내놓는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점을 찾을 중재자가 없다는 점이다. 배설에 가까운 욕설이나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 가령 단기전인 국제대회에 출전한 투수에게 혹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등의 상식밖 의견 등을 제외하고, 문자 그대로 지식이나 정보를 꺼내어 놓는 의견을 갈무리할 주체가 필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대회와 관련한 어떤 코멘트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론장에서는 활발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사회자는 공석이다. 리그 사무국의 현주소다. 위기상황 일수록 각자의 역할과 본분을 다해야 한다. 공론장에 사회자격인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설 때다.
소나기를 피하면 해가 뜨는 건 자연의 섭리다. KBO에게 WBC 참패는 소나기이고, 해는 시범경기인가보다. 해가 떠도 파도는 인다. 선수도 팬도 변하고 있는데 KBO만 제자리걸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퇴보 중인 건 야구 실력뿐만이 아니다.
야구팀장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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