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당구 女帝 울린 조재호' 슈퍼맨은 폭소만 유발한 게 아니었네
프로당구(PBA) 2022-2023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쳐 처음으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 올 시즌 왕중왕전까지 3관왕에 등극한 조재호는 시상식에서 당구 실력 못지 않은 빼어난 입담으로 좌중을 울리고 웃겼다.
조재호는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서울 비스타홀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당구 PBA 대상 시상식'에서 남자부 영예의 대상을 안았다. 왕중왕전까지 9개 투어에서 3개 대회에 오른 조재호는 시즌 랭킹 포인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조재호는 마지막 정규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더니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2023'에서도 왕중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조재호와 똑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여자부 대상을 받았다.
조재호는 가장 높은 뱅크샷 성공률을 보여 여자부 김가영(하나카드)과 뱅크샷상도 수상했다. PBA에서는 당구대에 수구를 먼저 맞히는 뱅크샷이 2점이라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감한 뱅크샷을 바탕으로 조재호가 올 시즌을 정복한 셈이다.
수상 뒤 조재호는 "대상 받을 줄 몰랐다가 되니까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면서 "첫 번째 PBA 어워즈 대상을 받아 너무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좋은 경기를 만들어주신 PBA 김영수 총재님과 NH농협금융지주 이석준 회장님, NH농협은행 이석용 행장님, NH농협카드 윤상운 대표님, NH농협은행 스포츠단 장한섭 단장님 및 팀장님, 당구단 식구들 모두 덕분에 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조재호는 "첫 번째 상이다 보니 욕심이 많이 났다"면서 "한국 선수로서 첫 번째로 대상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한국 3쿠션 간판으로서 책임감을 보였다. 시즌 랭킹 32명만 나서는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은 그동안 외국 선수들이 우승했지만 조재호는 올 시즌 첫 정상에 올랐다.
우승 뒤 인터뷰에서 조재호는 "첫 시상식만큼은 국내 선수가 대상을 받아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우승 원동력을 밝혔다. 수상 뒤 조재호는 "3번째 왕중왕전은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돼서 정말 행복했다"면서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조재호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조재호는 "그동안 우승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한 말씀을 못 드렸다"면서 "이 자리에 와 계신데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할머니께서 연세가 많으신데 팀 리그와 개인 투어 보시는 재미로 사신다"면서 "어머니와도 '김재근(크라운해태)이 어떻다더라' 통화를 하시는데 그러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없어졌다. PBA에 정말 잘 왔다"며 폭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조재호의 재치 있는 멘트가 웃음만 안긴 건 아니었다. 이에 눈물을 훔친 이도 있었다. 바로 이날 시상식 사회자로 나선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었다. 조재호의 소감 뒤 김가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에 함께 사회를 맡은 박찬 스포츠 캐스터가 "김가영 선수도 할머니 생각이 났는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가영은 올해 초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 당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에 김가영은 할머니를 기리는 머리핀을 꽂고 경기에 나섰고 정상까지 차지했다.
우승 뒤 인터뷰에서 김가영은 "할머니께 해드린 게 별로 없는데 특히 그 많은 우승을 했음에도 할머니께 트로피를 가져다 드린 적이 없다"면서 "시간이 된다면 할머니 영전에 트로피를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숙연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조재호가 할머니를 언급하자 김가영이 눈물을 참지 못했던 것.
조재호는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수상 소감 마지막에 조재호는 "한번도 인사를 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중계 댓글을 보면 네티즌들에게는 감사의 인사가 없냐고 삐치신 분들이 계신데 정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들이 있기에 PBA도 있다"면서 "그래서 더 좋은 경기를 했고, 더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슈퍼맨다운 챔피언의 입담이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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