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추락과 글로벌 금융시스템 '균열' 경고

신기림 기자 2023. 3. 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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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스위스 2대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가 30%까지 폭락하며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필요하다면 CS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과 유럽의 은행주 전반의 매도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대출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 충격이 CS 위기로 이어지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수 십년 동안 이어졌던 값싼 돈(이지머니)의 대가라고 지적했다.

◇"유럽 대형은행 CS 파산 가능성 낮아"

SNB는 15일(현지시간)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INMA)와 공동 성명을 내고 CS가 현재 자본화가 잘 되어 있지만 필요하다면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은행규제 당국들은 성명에 CS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SIB)에 부과되는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변하면 중앙은행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성명은 지난주 미국의 2개 지역은행들이 파산한 것이 스위스 은행권에 "직접적 감염 위험"을 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2개의 미국 은행은 SVB와 시그니처뱅크으로 지난주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JP모간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SNB가 CS 예금을 보증하고 투자은행을 강제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CS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경쟁사 USB에 CS를 매각하는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했다. SNBC가 CS 지분을 매입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언급된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CS가 파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했다. 스위스 경제에 있어서 CS의 중요성이 크고 세계적 금융중심이라는 지위의 취리히에서 은행 파산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지 애널리스트는 "CS가 파산하거나 심지어 예금에 조금의 손실이라도 발생하면 금융중심이라는 스위스의 명성이 파괴된다는 것을 SNB와 스위스 정부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주주 사우디 추가 지원 일축

스위스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은 흔들렸다. CS 주가는 유럽 증시에서 장중 30% 넘게 폭락했다가 유동성 공급 가능성에 낙폭을 24% 줄여 마감됐다. CS 주가는 올해 39% 주저 앉았고 지난 2년 동안 85% 추락했다.

유럽은행들인 프랑스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독일 도이체방크, 네덜란드 ING, 영국 바클레이스는 9~12% 낙폭을 그렸다. 미국에서도 JP모간 4.7%, 씨티그룹 5.4% 급락했다.

당장 이날 CS 주가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최대 주주인 사우디내셔널뱅크(SNB)였다. SNB의 암마르 알 쿠다이 회장은 로이터에 "규정 문제로 지분 10%를 초과할 수 없다"며 CS에 추가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해 CS는 투자 부문의 실적을 개선하고 일련의 리스크와 규정준수 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전략적 개편을 계획했고 이를 위해 42억달러의 자본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SNB는 CS 지분을 9.9% 취득했다.

전날 CS가 밝힌 재무보고서의 "중요한 취약점"에 대한 우려도 계속됐다. CS는 원래 지난 9일 연례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동에 일정이 지연됐던 것이다. CNBC방송에 따르면 SEC는 CS가 지난해 말 연결현금흐름과 관련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해 말 CS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예금이 인출됐고 만기가 된 정기예금이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고 2022년 3분기 상당한 순자산 유출이 보였다"고 밝혔다.CS는 일련의 스캔들, 부실 위험, 법률준수 위반 문제가 이어졌고 지난해 4분기 고객들은 1100억 스위스프랑 넘는 예금을 인출했다.

CS는 지난 2021년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의 아르케고스 캐피털 파산에 물려 167년 역사상 최대 거래 손실을 입었다. 또 파산한 금융회사 그린실과 관련 100억달러의 투자펀드를 청산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일련의 스캔들로 타격을 받았다고 FT는 전했다.

◇블랙록 CEO "연준發 금융시스템 균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균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블랙록의 핑크 CEO는 지난주 실리콘밸리은행의 충격적 파산을 계기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금융시스템의 균열을 드러냈다"고 경고했다.

핑크는 15일 투자자들과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SVB 파산이 "수 십년 동안 이어진 쉬운 돈(이지머니, 값싼 돈)에 대해 우리가 지불하는 대가"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했고 결정적 조치로 전염 위험을 막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도 "시장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고 더 많은 (은행) 압류와 폐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핑크 CEO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을 정의해온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이 198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채권시장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15% 폭락하자 핑크는 "금리인상 속도가 1980년대 이후 가장 빨랐고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핑크는 은행들이 이제 대출을 철회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SVB의 붕괴의 결과로 은행에 더 엄격한 자본 기준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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