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부르면 김광현은 갔다… 볼 빨개지도록 던진, 태극마크 여정의 마지막 경기
[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지난해 SSG의 팬페스트 행사에 참가한 김광현(35‧SSG)은 2023년 준비를 빨리 할 것이라 다짐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온힘을 다 쏟아낸 직후였지만,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광현은 “뽑히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뒤, 전 국민적인 시선은 2023년 3월 열릴 야구대표팀에 쏠려 있었다. 김광현은 자신부터 철저히 준비를 할 것이라 다짐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몸을 만들 것이라 자신했다. 대표팀 선발 뒤 원래 보직인 선발이 아닌, 승부처에서 불펜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조국이 부르면, 김광현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김광현은 태극마크가 지금의 김광현을 만들었다고 단언한다. 세계무대에 나가 넓은 시야로 야구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꿈을 키웠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도 그때 생겼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투피치 투수’라는 비아냥을 이겨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2년간 제법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또한 자신이 스타로 성장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다 태극마크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쌓인 책임감으로 수많은 국제무대를 누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적인 호투로 스타덤에 오른 뒤, 2009년 WBC,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12, 2019 프리미어12까지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런 김광현의 국가대표팀 경력은 지난 3월 10일 2023 WBC 일본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국가대표팀에서 가진 17번째 경기였다.
전날 호주전에 불펜 대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광현은 팀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호주전에서 패한 만큼 여유가 없었다. 한일전의 무게감을 차치하더라도 2라운드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다. 어느덧 35살의 베테랑이 된 김광현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볼이 빨개진 것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2이닝 동안 일본 타선을 막아내며 팀 선취점의 발판도 놔줬다. 일본의 기를 누르는 피칭이었다.
그러나 힘을 너무 많이 쓴 탓인지, 점수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탓인지 3회 흔들렸고 결국 역전의 빌미를 줬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팀도 패하면서 김광현은 아쉬움 속에 대회를 마쳤다. 그리고 이 경기가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전망이다. 김광현은 14일 귀국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는 글을 썼다.
글에는 분한 심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오랜 여정을 되돌아보는 담담한 심정도 담겨져 있었다. 김광현은 “국가대표란 꿈이자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평생을 자랑할 거리라고도 했다.
팀 선배로 김광현의 신인 시절 및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본 김원형 SSG 감독도 15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후배의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담담하게 회상했다. 김 감독은 “삼진 다섯 개를 잡고 너무 잘 던졌다. 역시 김광현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마지막 이닝에는 조심해서 공을 던지는 모습들이 보였다”면서 “김광현도 본인이 대표팀에 갈 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팀 전체가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갈 때 항상 책임감, 부담감 같은 것을 갖지만 또 갔다 와서는 언제든지 불러주면 항상 공을 던질 그런 마음이 보였다”고 김광현이 항상 최선을 다해 던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김광현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책임감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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