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100, RE100의 대안이 될 수 있나

입력 2023. 3. 16. 08:09 수정 2023. 3. 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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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인류 발전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7곳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RE100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상당수는 고객사·투자자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의 전체 전력 공급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어 양과 생산 단가 측면에서 모두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기에 재생에너지만을 인정하는 RE100보다 CF100이 한국 기업에는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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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인사이트

[ESG 리뷰]

(사진 설명) 재생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가운데 원자력을 인정하는 CF100에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논란도 상당하다. 한울3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에너지는 인류 발전의 핵심이다. 18세기 증기 기관의 상용화와 함께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석탄·석유 등 풍부한 화석 연료를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악화되는 기후 위기는 탄소 중심의 경제 성장 모델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최근 태양광·풍력·수소 등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가속화되는 이유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397곳의 기업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에 참여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약속했다. 이 기업 중 60곳 이상은 이미 100% 목표를 달성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7곳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RE100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상당수는 고객사·투자자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도 인정 

문제는 미국·유럽 같은 경쟁국에 비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가격 조건이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을 포함하는 탄소 배출 제로, 즉 ‘CF100(Carbon Free 100%)’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무탄소에너지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의 전체 전력 공급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어 양과 생산 단가 측면에서 모두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기에 재생에너지만을 인정하는 RE100보다 CF100이 한국 기업에는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과 한국의 녹색 분류 체계(택소노미)에 원자력이 반영되고 한국의 전력 수급 계획에 원자력 비율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통상 CF100이라고 지칭하는 이니셔티브의 공식 명칭은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 콤팩트(24/7 Carbon-free Energy Compact : CF100·24/7 CFE)다. 2021년 9월 발족된 이니셔티브로, 2023년 1월 기준 11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RE100과 주요 차이점은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RE100이 전력 소비 기업, 즉 일반 기업 중심의 이니셔티브인 데 비해 CF100은 일반 기업 외에도 에너지 공급 기업, 전력 기술 기업, 협회, 지방 정부 등 다양한 조직이 참여할 수 있다. 둘째, RE100은 연간 총사용 전력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반면 CF100 참여 기업은 매시간 사용 전력을 동 시간대에 생산된 무탄소 전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셋째, RE100은 재생에너지만 인정하지만 CF100은 원자력도 포함한다.

한국 언론에서는 원자력의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CF100을 많이 다뤄 왔지만 CF100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첫째는 멤버 구성이다. CF100에 참여하는 111개 기관 중 전력 소비 기업, 즉 일반 기업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존슨컨트롤즈·아이언마운틴 등 단 4개사뿐이고 최근 1년간 이니셔티브에 추가로 가입한 일반 기업은 없다. 이니셔티브 참여 기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그룹은 전력 관련 기술 솔루션 제공 업체로 44개가 참여하고 있다. 그다음은 에너지 공급 기업으로 23개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 중 에너지 관련 기업이 많은 이유는 이니셔티브의 공식 명칭에 있는 24/7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깊다. 24/7은 하루 24시간 1주일(7일)이라는 뜻으로, ‘항상’ 또는 ‘실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CF100은 간헐성이 높은 무탄소 에너지 소비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기업의 참여 비율이 매우 높다. 일반 기업이 모여 재생에너지 사용을 경쟁 우위 전략으로 삼고자 하는 RE100과 달리 CF100은 실시간 매칭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 및 기술 기업의 모임으로 정의하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둘째는 무탄소 에너지 실시간 매칭의 난이도다. CF100에 참여하는 4곳의 일반 기업 중 3곳,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이언마운틴은 RE100 멤버이기도 하고 이미 100% 목표를 달성한 기업이다.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일반 기업 수와 수준은 실시간 매칭 구현이 쉽지 않을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글로벌 기업은 대개 재생에너지 관련 전략을 다음 3단계로 강화해 왔다. 이 3곳의 기업은 이미 3단계를 모두 마쳤다. 24/7, 즉 무탄소 에너지의 실시간 매칭이라는 개념은 이들 기업이 추가적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다음 단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아직 2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한 한국 기업이 CF100에 가입해 실시간 매칭이라는 도전적 목표에 서약하는 것은 스스로 올가미를 묶는 겪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다. CF100에 가입한 일반 기업은 원자력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의 하나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 그린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등과 함께 언급하고 있다. CF100에 가입한다고 해서 원자력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원자력이 여전히 논쟁이 많은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이 기업의 홍보 수단 될까

기업의 모든 의사 결정은 재무적 이익과 연결돼야 한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원자력 자체의 환경성이나 안전성 등은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기업은 어떤 선택이 우리에게 더 큰 재무적 이익을 가져다줄지만 판단하면 된다. RE100의 초기 가입 기업 중 유럽이나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재 기업이 유독 많았다. 그 이유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메시지가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은 해당 지역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거나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을 기업 또는 제품 홍보에 활용하는 기업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필자는 원자력으로 만든 전기를 사용했다고 홍보하는 기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재생에너지는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회적 이견 없이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다르다. 어느 국가에서나 찬성과 반대가 강하게 맞선다. 통계적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높은 30~40대, 고학력층, 친환경 성향 계층의 원자력 반대 비율이 높다. 원자력 전기의 사용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일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소비 시장을 잃을 수 있는 매우 리스크 높은 선택지다.

한국은 수출 중심의 개방형 시장 경제 국가다. 이미 많은 해외 기업이 한국의 공급망 기업에 원자력이 아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의사 결정은 한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해외 주력 소비 시장의 상황을 동시에 그리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나 정치권도 단순히 CF100이라는 이니셔티브에서 원자력을 인정하니 RE100보다 이행이 용이하겠지 하는 정도의 안이한 생각을 바탕으로 기업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실제로 K팝, K-드라마, K-웹툰 등 이른바 K-문화 상품은 이미 주류가 돼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제 영역은 아니다. 국제적 흐름과 괴리된 채 한국의 특수성만 강조된 한국형 산업 정책은 오히려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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