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미스터리'...박해민은 왜 중견수가 아닌 1루수였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2023. 3. 1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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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박해민은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다. 단 한 번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적은 없지만 리그에서 누가 최고의 외야 수비력을 가졌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박해민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를 선수라는 건 분명하다. 만약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가장 수비 잘 하는 선수에게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면 박해민은 여러 차례 수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의 박해민은 중견수가 아닌 1루수였다. 경기 후반 박병호를 대신해 1루수로 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루수로는 강백호가 있는데도 박해민이 1루 수비를 봤다. 심지어 수비 훈련에서는 최정과 함께 3루 수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애초에 박해민을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로 뽑았다는 말이다.

박해민은 삼성 시절 상황에 따라 1루 수비를 본 적은 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다. LG 이적 후에도 몇 차례 1루수로 뛴 적은 있지만 지난해에는 중견수로만 출전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지명타로 간혹 출전한 게 다였다. 그런데 한경기 한경기 결과가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박해민을 1루수 자원으로 뽑았다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는 가장 익숙한 자리에서 뛰어야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박해민의 가장 익숙한 자리는 중견수이며 테이블세터다. 우리는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후 중국과의 경기에서야 1번 타자 중견수 박해민을 볼 수 있었다. 중국과의 경기에 선발 1루수로 출전한 그는 3회 이정후가 박병호와 교체된 후 본인의 자리인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변경하며 가장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한국이 중국 상대로 22-5 콜드게임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1번 타자 박해민의 활약이 컸다. 박해민은 이날 4타수 3안타 3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1회부터 볼넷에 이어 도루로 중국 내야진을 흔들었고 3회에는 무사 1.2루서 기습번트로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의 빠른 발과 야구 센스는 한국 스몰볼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단기전에서는 이름값있는 선수보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투입시켜 가장 잘 할 수 있는 야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스몰볼로 상대 투수와 내야진을 흔들고 결정적일 때 빅볼로 승부를 내는 야구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KBO 레전드 양준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기전에서는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나가야 하는데 테이블세터로 오직 에드먼, 김하성만 고집한다"며 이강철 감독의 선수 기용을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 내내 좌익수 김현수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호주, 일본, 체코 전까지 선발 출전했고 가장 중요했던 호주와 일본전에는 중심타자로 출전해 침묵했다. 만약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현수를 대신해 박해민이 출전했다면 허를 찌르는 작전이나 흐름을 끊는 센스로 상대를 흔들 수 있지 않았을까.

결과론이지만 당장의 컨디션보다 이름값을 앞세웠던 선수 기용은 참담한 경기력으로 이어졌고 승패의 분수령이 됐다.

[중견수가 아닌 1루수로 WBC에 참가한 박해민.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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