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의 솔직토크] "Are the homeless?" 쇼트트랙 선수권 찾은 해외 취재진 당황스런 질문
(MHN스포츠 이솔 기자) "저들은 노숙자인가?" (Are the people sitting there homeless?)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2023'의 경기가 모두 끝나고 경기장을 나서던 외국 기자들이 본 기자에게 물어 본 질문이다.
처음에는 선수의 이름을 물어보는 줄 알았다. 외국 기자의 질문에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이번 대회 매표소가 있었다. 그리고 저녁 늦은 시각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는 오후 8시가 지날 무렵, 경기 및 일부 선수들의 인터뷰가 모두 종료된 시점이었다. 현장 티켓박스 오픈시간은 오전 8시. 12시간이 넘게 남은 시간이였지만 수많은 팬들이 티켓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밤샘 줄을 서 있는 것이였다.
물론 해외에서도 줄서기는 있다. 유명한 아티스트의 콘서트에는 줄서기가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쇼트트랙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경기장 밖 대기줄은 물론 추운 밤 하루를 꼬박 새는 대기줄 현장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 기약 없는 기다림
최민정을 필두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만큼,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한 대기줄은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현장 1일권 판매는 호평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아쉬웠던 부분은 대체 몇장의 표가 남았는지, 과연 밤샘 기다려도 표를 살 수는 있는지, 팬들에게는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매표소 앞 대기줄 뿐만이 아니라 '대기줄' 진입을 위해 만들어진 대기줄도 존재했다. 대략적인 잔여 좌석 수를 알 수 있었다면 주최 측의 주도 하에 불필요한 대기 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티켓팅 시간이라도 조절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대회 시작 직전(당일 오전 8시)이 아닌 경기가 모두 종료된 뒤인 전날 저녁 기점으로 티켓팅을 실시했다면 비록 시간은 늦어졌겠지만 팬들이 밤을 샐 일도, 외국 취재진들에게 의아하게 보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 전석 매진입니다... 아닌가?!
황당한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표를 못 구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안전요원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린 팬들에게는 허탈하겠지만, 추가적으로 잔여 표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뒤늦게 부여된 상황도 1일차-2일차(10-11일) 사이에 있었다.
주최 측의 말처럼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표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자, 일부 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 팬들로써는 최악의 결과였다.
- 해결책이 있었나?
간단했다. 첫 번째 방법은 온라인 1일권 판매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됐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최 측은 갑작스럽게 온라인 1일권 판매를 취소했다. 그리고 모든 1일권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했다. 당연하게도 팬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오프라인 판매에서도 이와 같은 혼잡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을 두 번째 방법이 있었다.
이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현장판매 위치에 대한 대략적인 수요/수용력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정확한 티켓 판매 상황을 집계했다면 특정 인원까지만 끊어서 대기시킬 수 있었다.
이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추위에 벌벌 떨 팬들을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대기시킨, 그 저의가 궁금해지는 상황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어 줄을 선 인원들에게 순번이 적힌 간단한 설문지를 배부, 몇 장의 티켓 구매를 희망하는지를 조사했으면 됐다. 이를 통해 좌석 규모에 해당하는 인원 및 예비 인원만 대기시키고, 괜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을 나머지 팬들을 귀가시키며 서로에게 좋은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었다.
(계좌 내) 잔액 부족으로 인한 구매 불가 등, 정말 만약의 경우 발생할 추가 티켓에 대해서는 순번이 적힌 설문지(번호표)에 기재된 연락처(희망시 기재)를 통해 별도로 연락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렇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수많은 팬들이, 티켓을 손에 쥘 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를 꼬박 새며 기다리는 혼란스러운 티켓 부스 운영과는 거리가 멀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대회 하루 전까지 정확한 대회 일정이 공지되지 않는 점, 대회 중간 불명의 사유로 40분 이상 대회가 연기된 점 등 미숙한 운영에 대해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아쉬웠던 이번 국제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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