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고 대디!" 3살 딸, 3만5천 관중 이끌었다…호주, 끝까지 드라마였다

김민경 기자 2023. 3. 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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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토너먼트 호주와 쿠바의 경기가 열린 15일 일보 도쿄돔.

특히 호주 4번타자 대릴 조지가 타석에서 서면 플로렌스는 더더욱 목청을 높여 "레츠고 조지!"라고 했고, 경기가 흘러갈수록 플로렌스의 선창에 응답하는 어른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플로렌스는 8강전뿐만 아니라 호주가 1라운드 조별리그를 치를 때도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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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야구대표팀 ⓒ WBC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레츠고 대디!(Let's go Daddy!)"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토너먼트 호주와 쿠바의 경기가 열린 15일 일보 도쿄돔. 일본 경기가 아닌데도 관중 3만5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응원 열기가 뜨거웠던 가운데 유독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있었다. 호주 유니폼을 갖춰 입은 응원단 쪽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레츠고 대디(아빠 가자)!"라고 선창하면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레츠고 대디!"라고 함께 외쳐줬다.

귀엽고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호주 대표팀 주장 팀 케넬리(37)의 딸 플로렌스(3)였다. 케넬리는 이날 1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케넬리가 1회 첫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플로렌스는 "레츠고 대디!"를 외쳤다. 누구보다 호주의 4강 진출 바랐던 플로렌스는 5~6회가 지나도록 지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가 아닌 타자의 타석에서는 "레츠고 조지!"를 외쳤다. 특히 호주 4번타자 대릴 조지가 타석에서 서면 플로렌스는 더더욱 목청을 높여 "레츠고 조지!"라고 했고, 경기가 흘러갈수록 플로렌스의 선창에 응답하는 어른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호주가 3-4로 뒤진 9회말 2사 후 조지의 타석. 밤 10시가 지난 늦은 시간인 탓인지 더는 플로렌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어른들이 임무를 대신했다. 조지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도쿄돔을 찾은 관중 모두가 "레츠고 조지!"를 외쳤다.

극적으로 호주가 경기를 뒤집는 기적은 없었다. 쿠바는 2006년 대회 이후 17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고, 1라운드 조별리그 B조에서 한국을 꺾고 '캥거루 돌풍'을 일으켰던 호주는 사상 첫 4강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에 남아 있던 선수들은 눈물을 훔쳤다.

비록 호주가 원하는 곳까지 오르지는 못했더라도, 도쿄돔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호주는 체코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를 쓴 팀으로 남았다. '야구 변방국'이라는 평가를 비웃는 투타 짜임새와 조직력을 보여줬고, 야구의 상향 평준화를 논할 때 꼭 꼽히는 팀이 됐다.

▲ 팀 케넬리 ⓒ 연합뉴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대회 탈락의 아쉬움을 곱씹으면서도 "지금 우리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믿음이 생겼다. 지금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계속 발전하고,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팀과 호주에 있는 국민들, 그리고 호주에서 야구를 하는 모든 어린이에게 엄청난 희망과 미래를 가져다줬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플로렌스에게도 이번 대회는 좋은 추억으로 남은 듯하다. MLB.com은 '플로렌스는 도쿄에서 시간을 즐기고 있고, 엄마인 안나에게 도쿄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플로렌스가 좋아하는 것은 야구, 그리고 당연히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플로렌스는 8강전뿐만 아니라 호주가 1라운드 조별리그를 치를 때도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SNS상으로 관련 영상이 이미 많이 퍼진 상태다. 안나는 다행히 플로렌스가 관심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렌스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는 너무도 당연히 "아빠"다. 아빠 케넬리는 호주 야구의 WBC 첫 8강 진출을 이끈 캡틴으로 이름을 올렸다. 케넬리와 그의 딸, 그리고 호주 선수단이 도쿄에서 써 내려간 감동 드라마는 당분간 계속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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