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타이어

김재근 선임기자

자동차 타이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물론 과거에도 수레바퀴가 존재했다. 고구려인들은 물건을 나르거나 행차를 할 때 수레를 많이 사용했는데, 벽화에 등장하는 수레의 바퀴는 모두 나무를 사용했다.

고무로 둥근 바퀴를 두른 '타이어(tire)'는 자동차 산업과 함께 빠르게 발전한다. 1769년 증기자동차가 등장했고, 그 뒤로 가스내연기관차, 가솔린기관차, 디젤기관차, 전기자동차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자동차가 안전성과 승차감을 확보하고 장기주행을 가능하게 한 것이 타이어다. 1848년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윌리엄 톰슨이 바퀴에 생고무를 입힌 방식을, 1888년 존 보이드 던롭은 공기를 넣은 타이어를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1844년 찰스 굿이어가 고무에 황을 넣어 고무를 단단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타이어 확산의 길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일제 때인 1941년 일본의 브리지스톤사가 경기도 시흥에 조선다이야공업을 설립한 것이 시초이다. 상공부가 8.15 해방 이후 이 회사를 관할하다 1955년 강모씨에게 넘겼으나, 경영이 악화돼 은행에서 관리하게 됐고, 1967년 효성그룹으로 편입되었다. 효성의 조홍제 회장의 자제인 조양래가 회사를 경영하다 분리독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주)가 화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엊그제 불이 일어나 대전공장 8만7천여㎡가 전소됐고, 40여만 개의 타이어가 불탔다. 2002년 이래 이번이 5번째 화재라고 한다.

타이어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이처럼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한국타이어는 2000년대 산업재해로 파문을 일으키고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현재는 오너인 조현범 회장이 계열사 부당 지원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이 7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이 8조 3,942억원이었다. 국내 점유율 1위, 세계 7위 타이어 기업이다. 대전과 금산에 주요 공장이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한국타이어는 우리나라 타이어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조양래 회장은 조용하지만 꼼꼼하고 치밀하고 내실 있는 경영으로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었다. 지역 최대 제조업체인 한국타이어호의 앞날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