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소의 나라' 라오스 견문기

김현중 건양교육재단 건양역사관장 2023. 3.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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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건양교육재단 건양역사관장

막혔던 해외여행 봇물이 터졌다. 1월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 라오스에 다녀왔다. 주변에 라오스 얘기를 꺼냈더니 어디에 있냐며 갸우뚱한다. 베트남 등에 비해 생소하다. '미소의 나라' 라오스 인기가 '핫'하다 지자체 협력으로 농촌 계절노동자로 들어오며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2021년 큰 피해를 주었던 태풍 '힌남노'는 돌가시 나무(찔레꽃과 비슷)의 라오스 이름이다.

라오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한반도보다 큰 23.6만 평방킬로의 땅과 68개 민족, 742만 인구, 국민소득 2,535달러, 동남아 유일의 내륙국이다. 산림면적 비율이 70%를 넘는다. 동으로 베트남, 남쪽은 캄보디아, 서편은 태국, 북으로 미얀마, 중국과 마주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월맹군이 라오스 산악지형을 이용하여 전쟁 물자를 수송하자 200만 톤의 폭탄 투하되었다. 불발탄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산이 사막처럼 보였다.

비엔티안은 '동남아에서 가장 조용한 도시'로 불린다. 자동차 클락션 소리도 안 들린다. 사진 찍는데도 호의적이었다. 야시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라오스 최초의 통일 '란상(萬象)' 왕조 통합에 공을 세운 '아누웡'왕 동상이 강 건너 태국을 향해 우뚝 서 있다.

메콩강과 남칸강이 만나는 세계문화유산도시 루앙프라방은 1545년까지 란상 왕국의 수도였다. 시가지는 세계 각지에서 온 백팩커들이 점령한 분위기였다. 카페와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고 야시장과 아침 시장이 선다. 독일에서 혼자 왔다는 여행자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5개월 돌며 아시아 문화를 즐긴다고 한다. 카페에서 두 자녀에게 홈스쿨링 하는 가족도 보였다. 푸시 언덕에 오르면 부처님 발자국 동굴이 있다. 일몰과 18세기 도시 모습, 메콩강을 내려보며 멍 때리기 한다. 탁발 공양은 새벽 왓마이 사원 옆에서 한다. 밥이나 과자, 돈 등은 미리 준비한다.

방비엥은 2014년 '꽃보다 청춘' 프로에 나온 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압도적이다. 블루라군은 경기도 가평에 온 느낌이다. 가이드들이 한국어로 '조심하세요' '빨리 오세요' 한다. 흙길을 질주하는 버기카(Buggy car)는 그리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백종원이 극찬할 집' '렝블리 이모' 한글이 보이는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띄었다. '미래형 마케팅'으로 손님을 끌고 있었다. 드라마와 함께 불닭볶음면, 소주 등 K-후드가 인기다. 40~50명의 한국인이 식당, 마사지숍, 레포츠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리아가 개업 준비 중이었다. 국제결혼, 비자수속 간판도 보였다.

라오스에는 숨겨진 광물이 많다. 금, 동, 칼륨, 아연 등을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의 시대에 공급선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메콩강 지류를 이용해 태국, 캄보디아 등에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비엔티안 시내의 전봇대에는 전깃줄 다발이 늘어져 있었다. 전선 지중화(地中化) 사업을 해주면 어떨까 생각이 났다.

라오스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친중(親中) 국가이다. 수도에서 국경도시 보텐까지 414 Km 고속철도와 방비엥까지 고속도로(110 Km) 모두 중국 자본으로 건설 · 운영되고 있다. 결제는 QR이면 해결된다. OPPO, VIVO 매장과 부동산 임대 간판이 많았다. 길에는 중국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들이 줄을 지었다. 라오스의 미래가 걱정되는 부분이다.

한국인 여행자의 80%가 골프 여행이라고 들었다. 왓타이 공항은 긴 골프채를 든 한국인들로 북새통이었다. 5개의 골프장(3개는 한국인 운영)을 돌며 즐긴다고 한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직항편이 있다. 조용한 '미소의 나라'에 가서 동방예의지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결심을 하고 여행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비포장 길을 걷다가 먼지에 눈을 찡그리던 시절이 생각나는 곳, 도로변 비닐 쓰레기들이 마치 인도 여행 생각이 나는 곳, 카페인이 적고 맛, 향이 좋은 블라멘 고원 커피가 나는 곳, '동남아 제일의 맥주' '비어 라오'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곳, 서산 마애삼존불 '백제의 미소'를 연상하는 몽족(蒙族)의 모습 등...라오스 매력에 끌린다.

우리와 유전자가 같다는 몽족은 한국인을 선조로 여긴다고 한다. 동이족(東夷族) 설도 있다. 근면하고 강인해 미군이 베트남 전쟁 때 비밀군대로 이용했다고 한다. 돈(금), 화이(불), 땅(길), 까이(가까이), 뚜이(뚱뚱한), 삼,십(3,10) 등 한국말과 비슷한 라오스 말이 흥미롭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스스로 절제하여 안빈자족(安貧自足)의 행복을 느끼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라오인들을 닮아 갈 수 있을까. 4년 전 인도 여행이 참 좋았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미소의 나라'는 그 이상이었다. 내년 겨울은 라오 왕국의 발상지 팍세 지방에 가 전통 가면을 구해 보고 싶다. 이제 일상이 여행, 여행이 일상이 되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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