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의 위기, 한국야구의 정체를 키운다 <2> [MK초점]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3. 1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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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구의 위기가 한국야구의 정체를 키웠다.

WBC 3연속 1라운드 참사 직후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원인이다. <시작부터 졌다, 참사는 예고된 비극이었다 <1> [MK초점]>에서 언급했듯이 2023 WBC 대회는 실패한 대회 준비의 과정 속 컨디션 난조, 패착이 됐던 마운드 전략 및 세부 전술 운영, 평가전 등장 투수의 본선 등판 예측에 실패한 전력분석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부진이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2000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부터 태동해 2006 WBC 4강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화려한 꽃을 피우고 2009 WBC 준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던 이른바 ‘황금세대’의 명맥이 끊긴 것이 현재의 위기를 불렀다. 그들을 대체할 새로운 세대의 선수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게 3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사진=MK스포츠 DB
실제 2023 WBC 대회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젊은 야수는 이정후(24), 강백호(24), 김하성(27)까지 단 3명이었고, 20대 젊은 투수들을 위주로 꾸려진 투수들은 박세웅(27), 원태인(22) 등 일부를 제외하면 부진했다. KBO리그 내에서도 현 젊은 세대의 경쟁력이 일부를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나 베테랑들에 비해 매우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2005년부터 금지된 알루미늄 배트, 2009년부터 도입 돼 현재는 완전히 정착한 주말리그제도를 비롯한 고교야구 학생선수 정규 고교과정 우선 제도 등이 아마야구의 기본기 부족의 원인으로 꼽는다.

실업야구와 프로야구 원년부터 활약했던 레전드 임호균 교수는 “프로야구에 수년간 나타났던 야구 질의 하락이라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아마야구에서 시작된 문제다. 아마야구의 코칭스태들의 능력과 열정은 있지만 인프라의 문제는 향상된 것이 없다”며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야구의 위기를 진단했던 이다.

임 교수는 “특히 주말리그제가 치러지면서 특정 투수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각 팀의 좋은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그런 선수들은 안타깝게도 프로에 가서 수년 안에 부상을 겪을 우려가 높다”며 학생선수의 혹사를 막고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말리그제도가 오히려 부상을 키우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 교수는 “진학과 프로 입단의 중요성은 여전한데 기회는 제한적이다. 아마추어 과정에서 배우는 기본기들은 프로에 오기 전 상당한 밑바탕이 된다. 그런데 기본기를 중요시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결국 오히려 더 예전보다 훨씬 경기 성적에만 몰두하게 된 환경을 꼬집었다.

아마야구의 서울지역의 한 감독 역시 현재 위기의 원인을 묻자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A 감독은 “아마야구만이 아니라 아마 체육계 전체가 위기다. 한국 체육을 책임져야 할 이른바 꿈나무들의 탄생이 과거보다 훨씬 더딘 것은 현실과 매우 괴리된 대한체육회 및 정부 정책의 영향 탓”이라며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이유는 왜일까. A 감독은 “학생 선수의 수업권 보장이나 학업 보장 등에 대해 많은 지도자가 대부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학교 이하와 고등학교에서 차등을 두더라도 학생선수에게도 진학 및 취업을 위해 야구와 학업 비중에 대한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 정작 일반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데 학생 선수들은 그 선택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감독은 “요즘 학생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훈련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에 이를 아카데미 등 사교육으로 메우는 것이 필수적인 환경이 됐다”라며 “이미 일반 학업에서 사교육이 공교육을 역전한 지 오래된 것처럼 요즘 학생선수들은 집단 스포츠인 야구에서조차 사교육을 더 우선하고 유튜브 등을 통한 지식 습득을 훨씬 가치있게 여긴다”라며 현 세태를 꼬집었다.

이들의 지적대로 비단 아마야구에서만 제기되는 문제는 아니다. 아마 체육계 전체에서 일률적인 학생 선수들의 수업권 보장은 외국에 비해서도 훨씬 기본 강도가 높은 한국 교육계 현실에서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외국은 스포츠 인구 자체가 훨씬 많은데 비해 한국의 학령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고, 이들의 학업 부담은 외국과 비교해 훨씬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결국 학생선수들이 장래에 프로 선수가 됐을 때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기본기 자체를 키울 물리적인 시간, 환경 등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야구의 위기를 묻자 많은 이들이 ‘알루미늄 배트’가 사라진 한국 아마야구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것 역시 지난 2013 WBC 1라운드 탈락 이후부터 아마야구계를 중심으로 많은 이가 지적해왔던 문제다. <3편>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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