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설욕이요?” 냉정한 KBO 최고타자…‘한일전 참패’를 논하다[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일본에 설욕이요?”
한국 야구 팬들이 이번 WBC서 가장 분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역시 호주전 7-8 석패와 일본전 4-13 완패였다. 아무래도 국민정서상 한일전 패배가 더욱 뼈 아프게 다가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패배의 상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왜 패배했는지 분석하고,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KBO 최고타자 이정후가 지난 14일 시범경기 고척 KIA전을 앞두고 털어놓은 얘기는 잔잔한 울림이 있었다. 핑계를 대지 않았다. 더 이상 KBO리그에서 보여줄 게 없는 선수마저도 냉정했다.
이정후는 “일본에 설욕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실력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야구의 발전을 위해 일본을 꺾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마찬가지로 실력을 더 늘려야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WBC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음 대회까지 3년간 더욱 성장하겠다”라고 했다.
사실 이정후가 제일 잘 실천하고 있다. 타격왕 2연패 포함 타격 5관왕을 만들어준 타격 매커닉을 버리고 새로운 폼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WBC 4경기서 14타수 6안타 타율 0.429 5타점 4득점 OPS 1.071로 괜찮았다.
팔 높이를 귀에서 가슴 부근으로 내려 더 빠른 공을 공략하고, 바깥쪽 공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오픈 스탠스를 스퀘어로 다소 닫았다.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이 바깥쪽으로 다소 넓은 것까지 감안한 변화로 보인다.
이정후는 “3000타석 넘게 기존 폼으로 했고, 이 타격 폼은 이제 30타석 정도 소화했다. 완벽하다고 하기엔 아직 타석 수가 부족하다”라고 했다. 올 시즌에 시행착오를 겪으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2024시즌에 완벽히 가다듬을 수 있다는 계산. 이렇게 철저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선수가 있을까.
이정후는 그러면서도 수년간 국제대회서 헌신한 선배들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김현수와 김광현이 잇따라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들과 양현종은 2000년대 후반부터 15년간 대표팀에 헌신했다.
이정후는 “선배들을 보면, 국대를 안 해도 되는 나이인데 나라를 위해 나왔다. 후배들을 위해 한발 더 뛰었다. 후배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초등학생 시절, 그 선배들이 일궈놓은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고 자랐고, 여기까지 왔다. 그 선배들이 주축이 된 마지막 대표팀이었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국대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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