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안 되면 재앙인데…" 은퇴 앞둔 40세 괴짜 그레인키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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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잭 그레인키(40)가 47마일(약 76km) 아리랑볼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그레인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투수와 포수의 사인 교환 장비인 '피치컴'을 부착하고 있다.
포수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투수 중심의 볼 배합을 하고 있다.
피치 타이머 도입을 반기는 그레인키이지만 투수가 직접 피치컴을 쓰지 못하게 될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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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잭 그레인키(40)가 47마일(약 76km) 아리랑볼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괴짜 성향으로 유명한 투수라 뭔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레인키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1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범경기 3게임 9이닝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2.00으로 40세 불혹 나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좋은 투구만큼 아리랑볼이 화제였다. 1회 신시내티 3번타자 제이크 프레일리 상대로 던진 3구째 공이 느린 포물선을 그리며 존 아래로 떨어졌다. 시속 47마일로 약 76km. 초저속 공을 의미하는 이퓨스 볼이었다. 키킹 동작 후 투구에 들어갔지만 갑자기 힘을 빼고 팔로만 공을 툭 던졌다.
‘MLB.com’에 따르면 그레인키가 그렇게 던진 건 올해 도입된 투구 제한 시간 ‘피치 타이머’ 때문이었다. 주자가 없을 때 투수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 20초 이내로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제한 시간 내에 공을 던지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볼이 선언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하다 보니 아리랑볼이 나왔다.
문제는 그레인키가 시간에 쫓긴 이유다. 그레인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투수와 포수의 사인 교환 장비인 ‘피치컴’을 부착하고 있다. 사인 훔치기 방지와 스피드업을 위해 지난해 도입된 피치컴은 포수만 착용했다. 포수가 손목 패드에 구종, 코스별 버튼을 누르면 수신기를 통해 투수가 착용한 모자에 붙은 작은 스피커로 사인이 전달됐다.
올해 시범경기에선 투수가 포수에게 직접 사인을 전달할 수 있게 피치컴을 유니폼 벨트 등에 부착하고 있다. 그레인키도 허리춤에 찬 피치컴을 누르며 공을 던지고 있다. 포수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투수 중심의 볼 배합을 하고 있다.
다만 투수의 피치컴 사용은 시범경기 테스트로 정규시즌 도입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대비해 그레인키는 이날 경기 초반 포수 프레디 프레민에게 사인을 전달받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아리랑볼이 나왔다. 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뜸을 들이다 스스로 피치컴을 눌렀는데 피치 클락이 다 되자 급하게 공을 던져야 했다. 피치 타이머가 없었던 지난해까지는 직접 손으로 사인을 주며 시간을 갖고 던질 수 있었지만 올해 그렇게 하다간 무조건 피치 타이머 위반이다.
피치 타이머 도입을 반기는 그레인키이지만 투수가 직접 피치컴을 쓰지 못하게 될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그는 “만약 이게 허락되지 않으면 내게 재앙이 될 것이다”며 “시간이 흐르는데 (포수 사인을 받기 전까지) 내가 무엇을 던질지 전혀 모르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캔자스시티와 1년 재계약한 그레인키에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시즌, 큰 변수로 떠올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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