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 한일 우호관계는 양국 국민의 교류로

윤재선 2023. 3.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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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선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춘천 산천 무지개교회 담임목사

해방 후 반세기를 넘어 어언 78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된 시점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사의 과제를 후손에게 물려 주는 것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불편하다. 그동안 세계사의 흐름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변화를 보인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를 계기로 문명의 대전환기를 맞이하면서 기후위기와 지역안보 등에 있어서 각국도생의 국제질서로 재편성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정부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적 사죄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관한 해법에 대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정부가 대한민국 독립만세를 외쳤던 3·1절에 일본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대륙과 접해있는 피해국 대한민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 섬나라 일본을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여 난해한 한일관계사를 해결하겠다는 통 큰 실용적 외교는 한일 양국의 국민들 특히 미래의 주역이 될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과감한 제안이기는 하다. 지정학적으로 근접한 한국과 일본은 물리적으로 이사가 불가능한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일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일제 강점기 등 근대사에 일어났던 불행했던 역사보다 조선통신사의 왕래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호적인 문화교류의 역사가 훨씬 길었다. 오늘날 교통통신의 발달과 글로벌 시대의 보편적 문화 교류와 한류에 힘입은 시민교류는 마치 양국이 국내를 이동하는 것처럼 간단하고 편리해졌다. 한국의 김치와 떡볶이 그리고 일본의 스시와 오니기리 삼각김밥은 양국의 어느 지방에 가도 맛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한일 간 과거사 현안에 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는 시기에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서 중의회 의원·교수·언론인·사업가·지역주민 등 여러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 꽃피웠던 화제는 자연스럽게 한국정부가 제시한 과거사 해결방안에 관한 각자의 평가로 이어졌다. 대체로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희망하며 그 주역이 한일 양국간 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국민들의 여론은 한국정부의 제안을 마치 기다렸다는 식으로 당연히 받아들이며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은 물론 역사에 관한 사죄 등에 특별히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1965년의 한일 수교에서 이미 해결한 문제를 새삼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잊고 싶은 과거사로부터 벗어나서 일본에 편리한 아전인수식의 미래지향적 역사관을 숨기지 않았다. 가해자 일본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사적 사죄는커녕 강제동원 자체가 없었다는 왜곡된 역사의식을 스스럼없이 발신하며 피해자 한국과의 교류를 희망하고 있는 이중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의 주역은 한 시대의 정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다. 하지만 한일양국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에 있어서 정략적 정책기조의 연속이었다. 그 결과 아무런 진전 없이 해방 후 78여 년의 세월 동안 상호 대립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 평화 등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세워진 대한민국의 역사를 주도하는 주역은 국민이기 때문에 역사의 마디마디가 특정 시대의 정권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절대적인 공감 없이 일본에게 역사적 면죄부를 주는 일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에 대일본 굴욕외교에 분노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여론을 가감 없이 단호하게 전하는 한편, 과거사에 관한 일본의 진솔한 사죄와 그 상징으로서 일제강점시 강제징용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세력의 각축장이었던 불행한 역사를 이어 왔다. 급변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재편성하에서도 동북아 평화공존을 바라는 한국정부의 통 큰 제안에 일본국민이 답할 차례이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까지도 과거사에 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라는 점과 과거사를 덮어놓은 상태에서 한일 다음 세대들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는 한 발짝도 진전할 수 없음을 진실하게 전하기 바란다. 한일 과거사 문제만이라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한일양국 정권의 정략적인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역사의 주역인 한일양국 국민의 상호우호적인 교류를 통해서 그 해법을 찾아갔으면 한다.윤재선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춘천 산천 무지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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