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신의 한 수... 신의 꼼수?

김창학 기자 2023. 3.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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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접수되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2시15분.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본회의에서 의원들에게 보고한다. 담담한 어투로 5초간 읽은 20자다. 검찰이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8일 만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이재명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 대표와 측근 수사가 진행되면서 벌써 5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당도 비명계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과 대립하며 혼란스럽다.

최근엔 친문계 의원들도 사퇴 시기를 거론하며 직격한다. 민생은 어렵고 국민만 정치적 피로감에 지치고 힘들다. 이 때문일까? 여론도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KBS와 한국리서치의 지난 5~7일 여론조사 결과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가 53.8%로 ‘필요없다’(40.7%)보다 13.1%포인트 많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잘못된 결정’이 과반(52.1%)이었고 ‘검찰의 정당한 범죄 수사’란 응답도 53.9%나 차지했다.

이처럼 흔들리는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 돌파로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편파 공천’을 의식한 듯 비명계 의원을 다수 배치했지만 이 대표는 사퇴할 뜻도, 공천권 행사에서 물러날 뜻도 없어 보인다. 최악의 경우 당내에서 우려하는 ‘옥중공천’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대표의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대표 사퇴, 공천권 내려놓기 등의 결단 촉구에 대해 “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이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예상치 못한 내용이어야 신의 한 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 대표의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신의 꼼수’가 될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김창학 기자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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