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염색샴푸 괜찮나? 1탄 천연성분의 비밀

홍혜림 2023. 3. 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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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7회 Ⅰ] 염색샴푸 괜찮나? - 1탄 천연성분의 비밀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ffyd3IBPzR4

갈변, 상온에 둔 과일이 갈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원리를 활용했다는 국내 최초의 염색샴푸!

문점례/염색샴푸 소비자
"개발하신 분한테 너무 감사드리고, 알레르기에서 자유롭게 이렇게 염색이 아닌 샴푸로...."

염색샴푸가 큰 인기를 끌자 주요 화장품 업체들도 염색샴푸를 대거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상반된 뉴스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녹취)
“성분논란으로 규제하기로...판매중단 ”
“다시 재검증하기로...판매중단 유예”

성분논란으로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염색샴푸는 그대로 팔리고 있습니다.
성분논란은 소비자 검증위원회에서 검토중입니다.
최종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염색샴푸의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 민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녹취)
“굉장히 반가웠죠. 지금은 괴물 같죠.”
“거저 줘도 안 써요. 쳐다보기도 싫어요.”

흰머리가 고민인 이 60대 남성의 하루는 염색샴푸와 함께 시작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흰머리가 이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앞머리가 새치가 있어서 보기가 싫어서 쓰고 있거든요.”

염색제보다 독성도 덜한 것 같고 무엇보다 쓰기 편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샤워하면서 하니까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없으니까 많이 편리하죠.”
“설명서에는 한 3분 이렇게 써있는데 이렇게 염색약을 발라 놓고 제가 이렇게 면도도하고 이도 닦고 하다보면 5~6분이 금방 가더라고요.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염색샴푸가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정반대 경험을 한 소비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손톱이 자꾸 까매지는 거예요. 유튜브에서 보니까 그 손톱이 까매지니까 칫솔로 하라고. 칫솔에 이렇게 발라서 문질렀어요. 그러니까 매일 쓴 거죠.”

염색샴푸를 쓴지 5개월 무렵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염’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갑자기 열이 막 나더라고요. 39도 이상이 나더라고요.눈부터 붓기 시작하는데 얼굴도 다 부었는데 귓속까지 붓더라고요. 머리, 두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서부터 서서히 이렇게 내려오더라고요. 열상이 이렇게 피부가 다 화상입은 것처럼 됐다는 거예요, 피부과에서.”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과일을 상온에 놨을 때 갈변하는 그 현상을 이용했다고 하니까 인체에 무해할 것 같고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염색 효과를 내주는 그 물질들을 천연 성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홍혜림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색을 내는 물질이 100% 천연 성분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검은깨나 콩 같은 천연에서 색을 내는 물질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염색이라는 화학적 작용이 필요한 특성상 그 샴푸 안에는 화학 물질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MC
많은 염색 샴푸들에 들어가는 화학 물질이 비슷한 건가요?

홍 기자
회사들마다 비법처럼 그 화학 물질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많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업계의 선두 업체인 모다모다의 경우, 색을 내는 물질이 1,2,4-THB로 알려져 있는데요.아마 이 물질이 국내에 알려진 것이 이 샴푸 출시 이후일 것입니다.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도 이 물질에 대해서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유럽에는 이런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이 물질은 공업적 용도는 특별히 보고된 것이 없고, 오랫동안 염색제나 염색샴푸에서 염모제 기능을 했다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미국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1,2,4-트리하이드록시 벤젠은 하이드록시기 세 개와 벤젠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공기나 산소에 노출되면 검게 염색을 시키는 물질입니다. 밀봉을 뜯어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모발이 염색되는거죠. 이때 피부 역시 검게 바뀌게 됩니다.”

MC
화학 물질이라면 우리가 조심하고 주의해서 써야될 것 같은데, 최근에 접수되는 부작용, 얼마나 보고가 되고 있는 건가요?

홍 기자
안타깝게도 국가적으로 정확하게 부작용 실태 조사를 한 것이 없습니다. 대신 최근에 한 시민단체에서 염색 샴푸 실태 조사를 한 내용이 있어서 저희가 갖고 왔는데요. 1천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염색샴푸 부작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부작용이 없었다는 사람도 32%가량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었다는 분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은 머릿결이 손상됐다, 이런 분들이 있었고 또 탈모를 겪으신 분들도 있었고 손톱 물듦 또 피부염 등을 겪었다는 사람들도 조사됐습니다.

MC
중복 응답임을 감안하더라도 부작용을 좀 많이 겪었다는 건데 샴푸 제조회사들의 입장은 어땠습니까?

홍 기자
그렇지만 이게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요. 3대 업체에 공통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부작용 실태에 대해서 어떻게 조사했느냐,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모다모다는 지금까지 450만 개가 팔렸지만 이 가운데 부작용 업수 비율은 전체의 0.003%로 극히 낮았다. 아모레의 경우에는 제품 판매량 대비 소비자 피해 사례는 0.02% 정도라고 말했고, LG생활건강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고객 불편으로 접수된 사례가 일부 있으나 제품의 판매 수량 대비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MC
소비자들의 의견과 지금 제조사들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홍 기자
국내에는 명확한 결과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것을 다시 위원회를 꾸려서 재검증을 하고 있는데요. 재검증의 핵심 현안이 바로 이 1,2,4-THB의 위해성 여부입니다. 그래서 우선 저희는 국내 전문가 취재부터 했는데요. 함께 보시겠습니다.

1,2,4,-THB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유명 독성학자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이곳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박은정 교수가 모다모다측 의뢰를 받고 ‘위해성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염색샴푸를 한 달 동안 직접 써보는 실험도 했다고 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약간 푸석푸석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피부가 간지러운. 그래서 한 달동안 그 실험을 하고 나서는 원래 쓰던 샴푸로 돌아갔거든요.”

박 교수는 피부염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이런 식으로 해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가 지금 다 그 물질들이..지금 되게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1,2,4-THB가 인간 DNA에 미치는 영향, ‘유전독성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일단은 DNA에 대한 영향이 있는 농도는 분명 있어요. 그런데 그 DNA에 의한 영향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유럽에서는 그건 밝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번에 논문을 쓰려고 하는 거죠.”

염색샴푸에서 섞인 1,2,4-THB가 두피로 흡수되는지를 보는 것도 연구의 핵심입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샴푸를 직접 제가 한 달 동안 쓰면서 제 머리카락에 농축된 농도를 측정했어요. 머리카락에서 축적성은 없는 것으로 나왔어요. ‘저 성분은 유해하니까 쓰지마세요’가 아니라 각각의 농도, 각각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농도를 우리가 제시해주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 아닐까...”

모다모다는 “제품 출시 전 1,2,4-THB가 인체에 남거나 흡수되지 않음을 확인”했고, “식약처 인증 기관에서 유전독성 실험을 한 결과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기관에서 샴푸 유전독성 검사를 했는데, 모두 기준치 이하가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식약처는 샴푸가 아니라 1,2,4-THB ‘개별성분의 위해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전독성이라 함은 제품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분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라는 면을 강조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배형진/모다모다 대표
“결과론적으로 모다모다 샴푸에 THB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독성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MC
유전 독성, 지금 이 독성이 만약에 인체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이게 비단 나 하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미래에 태어날 내 자식, 내 후손들에게까지 독성이 유전된다는 얘기죠?

홍 기자
우선 일단 전제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인체에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고요. 박테리아 단계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1세대, 본인 사용자,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DNA 변이가 일어나서 암과 같은 중대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러니까 독성이 유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가 되고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게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저희가 이렇게 KBS에서 심층적으로 보도를 하게 된 이유가요, 이 업체의 홍보 채널 등에서 초등학생이나 임신부가 써도 괜찮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약처의 검증 결과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정부의 공식 기관, 정확한 과학적인 판단, 연구 결과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판단 기준이 없는 것 같고 해외 사례는 어땠습니까?

홍 기자
이렇게 어려울 경우일수록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요. 해외 사례는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증거는 같은데 판단만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의 경우에는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성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가 시판 중이었는데요. 미국 취재 내용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한 마트에 가 봤습니다.

미국 마트 직원
(“저스트포맨 염색샴푸 있나요?”)
“네, 18번 열에 있어요.”

‘Just for men’,
‘남성 전용’이란 이름의 염색샴푸가 판매중입니다.
1,2,4-THB가 들어가 있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여성용 염색샴푸나 다른 남성용 제품에서는 이 물질(1,2,4-THB)이 들어간 것을 못 봤습니다.”

미국에서도 염색샴푸 부작용 문제가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토마스 스킨/미국 소비자소송 전문변호사
“제조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 이상으로 자사 제품의 위해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소비자들은 늘 그 부분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었죠. 정보는 더 알수록 좋습니다.”

제조회사들은 소송에 대비해 주의사항을 빼곡하게 적어 놓습니다.
심각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16살 이하 사용 금지, 사용 48시간 전 피부 테트스 필수....
눈에 띄는 미국 염색샴푸 주의사항들입니다.
미국은 화장품 제조도, 소비자 구입도 자유롭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통해 각자 책임을 집니다.

곽승준/창원대 생명보건학부 교수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해서 그 성분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안 하는 대신에 어떤 잘못된 성분을 써서 소비자한테 피해가 갔을 때는 그 기업에 커다란 피해가 가도록 법적으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스트포맨 염색샴푸는 2019년 유럽에 진출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유럽 소비자 안전 과학위원회가 염색샴푸에 들어있는 1,2,4-THB의 ‘유전독성 가능성 문제’를 엄중하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2,4–THB가 생쥐 실험에서 피부 민감성을 유발했고, 박테리아 노출실험에서는 돌연변이가 관찰됐으며, 이미 발간된 관련 논문들도 검증해, 1,2,4-THB의 ‘인간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공기와 접촉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유해한 성분으로, 세포나 DNA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화학성분이 인간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위험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모다모다는 “미국 미용 박람회에서 1위를 했을 정도로 혁신기술인데, 소수 부작용 사례로 성급한 일반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피부 감작성 지표도 평균치보다 낮아 안전하고,
개발당시에는 THB관련 규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해신/모다모다 개발자/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제가 개발할 때는 금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때는 당연히 1,2,4-THB를 유럽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이렇게 사실 된 거고요.”

유럽에서도 인체 유해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건 아니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EU에서 확인한 거는 인체 독성이 아니고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수준에 있는 겁니다.”

박테리아의 유전독성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서종근/피부과전문의/대한피부과의사회정보이사/前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
“진료현장에서 보면 염색샴푸에 의한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보다는 염색약에 의한 문제가 발생한 환자들이 훨씬 많습니다.하지만 유전독성이 있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대를 이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하게 조심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MC
일단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그리고 이제 혹시나 부작용을 겪었을 때, 위해를 겪었을 때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그 권리 여부도 판단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홍 기자
그렇죠.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는 만약 내가 샴푸를 썼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보호책이 있는지 여부가 굉장히 현명한 소비를 하는 데 있어서 가늠자가 될 것인데요. 그래서 저희 다음 주에 이 염색 샴푸 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 이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막)
염색샴푸, 괜찮나? 2탄 소비자는 뒷전
다음주에

취재기자: 홍혜림
촬영기자: 김태석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안정기
영상편집: 손보라 김미연 정승환
자료조사: 김세호
갈변, 상온에 둔 과일이 갈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원리를 활용했다는 국내 최초의 염색샴푸!

문점례/염색샴푸 소비자
"개발하신 분한테 너무 감사드리고, 알레르기에서 자유롭게 이렇게 염색이 아닌 샴푸로...."

염색샴푸가 큰 인기를 끌자 주요 화장품 업체들도 염색샴푸를 대거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상반된 뉴스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녹취)
“성분논란으로 규제하기로...판매중단 ”
“다시 재검증하기로...판매중단 유예”

성분논란으로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염색샴푸는 그대로 팔리고 있습니다.
성분논란은 소비자 검증위원회에서 검토중입니다.
최종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염색샴푸의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 민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녹취)
“굉장히 반가웠죠. 지금은 괴물 같죠.”
“거저 줘도 안 써요. 쳐다보기도 싫어요.”

흰머리가 고민인 이 60대 남성의 하루는 염색샴푸와 함께 시작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흰머리가 이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앞머리가 새치가 있어서 보기가 싫어서 쓰고 있거든요.”

염색제보다 독성도 덜한 것 같고 무엇보다 쓰기 편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샤워하면서 하니까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없으니까 많이 편리하죠.”
“설명서에는 한 3분 이렇게 써있는데 이렇게 염색약을 발라 놓고 제가 이렇게 면도도하고 이도 닦고 하다보면 5~6분이 금방 가더라고요.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염색샴푸가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정반대 경험을 한 소비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손톱이 자꾸 까매지는 거예요. 유튜브에서 보니까 그 손톱이 까매지니까 칫솔로 하라고. 칫솔에 이렇게 발라서 문질렀어요. 그러니까 매일 쓴 거죠.”

염색샴푸를 쓴지 5개월 무렵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염’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갑자기 열이 막 나더라고요. 39도 이상이 나더라고요.눈부터 붓기 시작하는데 얼굴도 다 부었는데 귓속까지 붓더라고요. 머리, 두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서부터 서서히 이렇게 내려오더라고요. 열상이 이렇게 피부가 다 화상입은 것처럼 됐다는 거예요, 피부과에서.”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과일을 상온에 놨을 때 갈변하는 그 현상을 이용했다고 하니까 인체에 무해할 것 같고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염색 효과를 내주는 그 물질들을 천연 성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홍혜림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색을 내는 물질이 100% 천연 성분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검은깨나 콩 같은 천연에서 색을 내는 물질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염색이라는 화학적 작용이 필요한 특성상 그 샴푸 안에는 화학 물질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MC
많은 염색 샴푸들에 들어가는 화학 물질이 비슷한 건가요?

홍 기자
회사들마다 비법처럼 그 화학 물질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많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업계의 선두 업체인 모다모다의 경우, 색을 내는 물질이 1,2,4-THB로 알려져 있는데요.아마 이 물질이 국내에 알려진 것이 이 샴푸 출시 이후일 것입니다.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도 이 물질에 대해서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유럽에는 이런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이 물질은 공업적 용도는 특별히 보고된 것이 없고, 오랫동안 염색제나 염색샴푸에서 염모제 기능을 했다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미국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1,2,4-트리하이드록시 벤젠은 하이드록시기 세 개와 벤젠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공기나 산소에 노출되면 검게 염색을 시키는 물질입니다. 밀봉을 뜯어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모발이 염색되는거죠. 이때 피부 역시 검게 바뀌게 됩니다.”

MC
화학 물질이라면 우리가 조심하고 주의해서 써야될 것 같은데, 최근에 접수되는 부작용, 얼마나 보고가 되고 있는 건가요?

홍 기자
안타깝게도 국가적으로 정확하게 부작용 실태 조사를 한 것이 없습니다. 대신 최근에 한 시민단체에서 염색 샴푸 실태 조사를 한 내용이 있어서 저희가 갖고 왔는데요. 1천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염색샴푸 부작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부작용이 없었다는 사람도 32%가량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었다는 분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은 머릿결이 손상됐다, 이런 분들이 있었고 또 탈모를 겪으신 분들도 있었고 손톱 물듦 또 피부염 등을 겪었다는 사람들도 조사됐습니다.

MC
중복 응답임을 감안하더라도 부작용을 좀 많이 겪었다는 건데 샴푸 제조회사들의 입장은 어땠습니까?

홍 기자
그렇지만 이게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요. 3대 업체에 공통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부작용 실태에 대해서 어떻게 조사했느냐,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모다모다는 지금까지 450만 개가 팔렸지만 이 가운데 부작용 업수 비율은 전체의 0.003%로 극히 낮았다. 아모레의 경우에는 제품 판매량 대비 소비자 피해 사례는 0.02% 정도라고 말했고, LG생활건강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고객 불편으로 접수된 사례가 일부 있으나 제품의 판매 수량 대비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MC
소비자들의 의견과 지금 제조사들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홍 기자
국내에는 명확한 결과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것을 다시 위원회를 꾸려서 재검증을 하고 있는데요. 재검증의 핵심 현안이 바로 이 1,2,4-THB의 위해성 여부입니다. 그래서 우선 저희는 국내 전문가 취재부터 했는데요. 함께 보시겠습니다.

1,2,4,-THB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유명 독성학자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이곳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박은정 교수가 모다모다측 의뢰를 받고 ‘위해성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염색샴푸를 한 달 동안 직접 써보는 실험도 했다고 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약간 푸석푸석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피부가 간지러운. 그래서 한 달동안 그 실험을 하고 나서는 원래 쓰던 샴푸로 돌아갔거든요.”

박 교수는 피부염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이런 식으로 해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가 지금 다 그 물질들이..지금 되게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1,2,4-THB가 인간 DNA에 미치는 영향, ‘유전독성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일단은 DNA에 대한 영향이 있는 농도는 분명 있어요. 그런데 그 DNA에 의한 영향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유럽에서는 그건 밝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번에 논문을 쓰려고 하는 거죠.”

염색샴푸에서 섞인 1,2,4-THB가 두피로 흡수되는지를 보는 것도 연구의 핵심입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샴푸를 직접 제가 한 달 동안 쓰면서 제 머리카락에 농축된 농도를 측정했어요. 머리카락에서 축적성은 없는 것으로 나왔어요. ‘저 성분은 유해하니까 쓰지마세요’가 아니라 각각의 농도, 각각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농도를 우리가 제시해주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 아닐까...”

모다모다는 “제품 출시 전 1,2,4-THB가 인체에 남거나 흡수되지 않음을 확인”했고, “식약처 인증 기관에서 유전독성 실험을 한 결과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기관에서 샴푸 유전독성 검사를 했는데, 모두 기준치 이하가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식약처는 샴푸가 아니라 1,2,4-THB ‘개별성분의 위해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전독성이라 함은 제품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분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라는 면을 강조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배형진/모다모다 대표
“결과론적으로 모다모다 샴푸에 THB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독성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MC
유전 독성, 지금 이 독성이 만약에 인체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이게 비단 나 하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미래에 태어날 내 자식, 내 후손들에게까지 독성이 유전된다는 얘기죠?

홍 기자
우선 일단 전제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인체에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고요. 박테리아 단계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1세대, 본인 사용자,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DNA 변이가 일어나서 암과 같은 중대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러니까 독성이 유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가 되고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게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저희가 이렇게 KBS에서 심층적으로 보도를 하게 된 이유가요, 이 업체의 홍보 채널 등에서 초등학생이나 임신부가 써도 괜찮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약처의 검증 결과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정부의 공식 기관, 정확한 과학적인 판단, 연구 결과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판단 기준이 없는 것 같고 해외 사례는 어땠습니까?

홍 기자
이렇게 어려울 경우일수록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요. 해외 사례는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증거는 같은데 판단만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의 경우에는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성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가 시판 중이었는데요. 미국 취재 내용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한 마트에 가 봤습니다.

미국 마트 직원
(“저스트포맨 염색샴푸 있나요?”)
“네, 18번 열에 있어요.”

‘Just for men’,
‘남성 전용’이란 이름의 염색샴푸가 판매중입니다.
1,2,4-THB가 들어가 있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여성용 염색샴푸나 다른 남성용 제품에서는 이 물질(1,2,4-THB)이 들어간 것을 못 봤습니다.”

미국에서도 염색샴푸 부작용 문제가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토마스 스킨/미국 소비자소송 전문변호사
“제조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 이상으로 자사 제품의 위해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소비자들은 늘 그 부분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었죠. 정보는 더 알수록 좋습니다.”

제조회사들은 소송에 대비해 주의사항을 빼곡하게 적어 놓습니다.
심각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16살 이하 사용 금지, 사용 48시간 전 피부 테트스 필수....
눈에 띄는 미국 염색샴푸 주의사항들입니다.
미국은 화장품 제조도, 소비자 구입도 자유롭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통해 각자 책임을 집니다.

곽승준/창원대 생명보건학부 교수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해서 그 성분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안 하는 대신에 어떤 잘못된 성분을 써서 소비자한테 피해가 갔을 때는 그 기업에 커다란 피해가 가도록 법적으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스트포맨 염색샴푸는 2019년 유럽에 진출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유럽 소비자 안전 과학위원회가 염색샴푸에 들어있는 1,2,4-THB의 ‘유전독성 가능성 문제’를 엄중하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2,4–THB가 생쥐 실험에서 피부 민감성을 유발했고, 박테리아 노출실험에서는 돌연변이가 관찰됐으며, 이미 발간된 관련 논문들도 검증해, 1,2,4-THB의 ‘인간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공기와 접촉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유해한 성분으로, 세포나 DNA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화학성분이 인간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위험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모다모다는 “미국 미용 박람회에서 1위를 했을 정도로 혁신기술인데, 소수 부작용 사례로 성급한 일반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피부 감작성 지표도 평균치보다 낮아 안전하고,
개발당시에는 THB관련 규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해신/모다모다 개발자/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제가 개발할 때는 금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때는 당연히 1,2,4-THB를 유럽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이렇게 사실 된 거고요.”

유럽에서도 인체 유해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건 아니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EU에서 확인한 거는 인체 독성이 아니고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수준에 있는 겁니다.”

박테리아의 유전독성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서종근/피부과전문의/대한피부과의사회정보이사/前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
“진료현장에서 보면 염색샴푸에 의한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보다는 염색약에 의한 문제가 발생한 환자들이 훨씬 많습니다.하지만 유전독성이 있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대를 이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하게 조심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MC
일단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그리고 이제 혹시나 부작용을 겪었을 때, 위해를 겪었을 때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그 권리 여부도 판단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홍 기자
그렇죠.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는 만약 내가 샴푸를 썼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보호책이 있는지 여부가 굉장히 현명한 소비를 하는 데 있어서 가늠자가 될 것인데요. 그래서 저희 다음 주에 이 염색 샴푸 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 이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막)
염색샴푸, 괜찮나? 2탄 소비자는 뒷전
다음주에

취재기자: 홍혜림
촬영기자: 김태석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안정기
영상편집: 손보라 김미연 정승환
자료조사: 김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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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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