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감히 춤을 추다니...” 히잡 벗은 소녀들 감금한 이란 경찰
이란 10대 소녀들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은 채 춤을 췄다는 이유로 감금됐다. 경찰은 소녀들에게 강제로 ‘사과 영상’도 촬영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 시각) 온라인 반정부 매체 이란와이어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이란의 10대 소녀 5명이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은 채 춤을 췄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48시간 감금됐다. 경찰은 소녀들을 체포하기 위해 춤춘 장소 인근 CCTV 분석은 물론, 경비원 등 시민들도 탐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경찰은 소녀들에게 강제로 ‘사과 영상’도 촬영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레푸블리카가 공개한 영상에는 춤춘 곳과 같은 장소에서 소녀들이 히잡을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모두 손발을 제외한 신체를 전부 가리는 긴 팔과 긴바지를 입고 있다. 매체는 “소녀들은 회개하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춤춘 영상을 촬영했던 곳과 동일한 장소로 강제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소녀들이 여성의 날에 맞춰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이들은 나이지리아 가수 레마와 미국 가수 셀레나 고메즈의 ‘컴 다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모두 히잡을 쓰지 않았다. 일부는 배꼽이 보이는 배꼽티를 입고 있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한 틱톡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는 약 3만개의 ‘좋아요’와 12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네티즌은 “아름답고 용감하다”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춤을 출 수 있는 자유가 오기를 바란다” 등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란에서는 여성 차별과 억압에 반발하는 시위가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번 반정부 ‘히잡 시위’로 약 2만명이 체포되고, 5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이란 전역에 여학교만 노린 독극물 테러가 발생했다. 이에 일각에서 정부가 히잡 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이 같은 테러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학교를 폐쇄해 소녀들의 교육을 중단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란 내에 공포와 절망감을 조성하기 위한 적의 음모”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랙터 행진’ 전국농민회총연맹, 경찰과 대치 계속…”밤샘 농성할 것”
- 이적, 전람회 출신 故서동욱 추모 “모든 걸 나눴던 친구”
- 선관위, 현수막에 ‘내란공범’은 OK…’이재명 안 된다’는 NO
- 독일서 차량 돌진, 70명 사상…용의자는 사우디 난민 출신 의사
- 전·현직 정보사령관과 ‘햄버거 계엄 모의’...예비역 대령 구속
- ‘검사 탄핵’ 해놓고 재판 ‘노 쇼’한 국회…뒤늦게 대리인 선임
- “너무 싸게 팔아 망했다” 아디다스에 밀린 나이키, 가격 올리나
- 24년 독재 쫓겨난 시리아의 알-아사드, 마지막 순간 장남과 돈만 챙겼다
- 검찰, 박상우 국토부장관 조사...계엄 해제 국무회의 참석
- 공주서 고속도로 달리던 탱크로리, 가드레일 추돌...기름 1만L 유출